“전문직·연구직 꿈꾸는 학생들 지원하면 국가에도 도움”

교육부는 예산 문제로 난색 표해

# 대학원생 이모 씨는 오전 9시부터 5시까지 조교로 근무한다. 학자금과 생활비가 필요한데 대학원생이 돼서까지 집에 손을 벌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5시에 일을 마친 이 씨는 밥 먹는 시간과 자는 시간을 아껴 연구에 매진하지만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유의미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연구 과제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학비 충당과 연구 시간 확보를 위해 대학원생이 주장하는 취업후 상환 학자금제(든든학자금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대학원생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예산을 확보해 학부생처럼 든든학자금제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든든학자금제는 학생이 학업에 필요한 학자금을 정부로부터 대출받은 후 졸업을 한 뒤 취업 등을 통해 일정 이상의 소득이 발생한 시점부터 대출금을 상환하는 제도다. 일반 학자금에 비해 재학기간동안 원리금 상환의 부담이 없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2010년부터 도입된 이 제도는 학부생은 가능하나 대학원생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든든학자금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연구 용역에 참가했던 한 교수는 “대학은 보편교육화 돼있으나 대학원은 일부만 가고, 대학원은 여러 가지 학자금 지원도 있다”며 대학원생이 포함되지 않은 배경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은 지난 14일 학자금 지원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2017학년도 1학기부터 △평생교육단과대학 △평생학습중심대학 △평생직업교육대학 △재직자 특별전형 △선취업 후진학자 △중소기업 취업자를 대상으로 기존 35세까지만 허용했던 든든학자금제를 45세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원생은 나이에 관계없이 배제됐다.

든든학자금제에서 배제된 대학원생들은 학비 충당에 허덕이고 있다. 단국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이 씨는 "연구 과제를 통해 대학원생들이 장학금 명목으로 돈을 받는다지만 그건 인기 있는 일부 학과와 교수들 이야기"라며 "대부분의 학생들은 조교 활동으로 학비를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대학원생 연구 환경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원생의 절반 이상인 56.5%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학원 등록비가 인상되는 것도 학생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간 학부생 등록금에 비해 대학원 등록금은 꾸준히 인상해왔다. 대학들은 학부생 등록금을 동결 및 인하시키는 대신 대학원 등록금을 인상하면서 재정 부족분을 매워왔다.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 대학교와 일반대학원의 등록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학부 등록금이 0.1% 떨어지는 동안 대학원 등록금은 6%나 인상됐다.

학비 충당을 위해 조교로 근무해도 연구에 몰두할 시간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난 2014년 고려대 일반대학원에서 발간한 대학원생 실태 보고서에서 조교 업무 수행 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전체 응답자 중 59%가 학업 및 연구 시간의 감소를 꼽았다.

대학원생들은 든든학자금제 도입을 통해 학비 부담 경감과 연구 시간 확보를 제공해주는 것이 국가·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전기를 전공하는 명지대 대학원생 이모 씨는 "학부생은 관리직 위주지만 대학원생은 전문직, 연구직으로 진출한다. 이들을 지원하면 사회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든든학자금제 제도 개선을 위해 대학원생들은 그간 교육부와 국회를 통해 다각도로 노력을 해왔다. 대학원생들의 모임인 전국대학원생총학생회는 지난 9월 23일 교육부 장관에게 든든학자금제에 대학원생이 포함돼야 하는 이유를 의견서로 제출했으며 국민신문고에도 게재했다. 이후 국회에서도 새누리당 김세연·김용태 의원, 더불어민주당 노웅래·안민석 의원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이에 20대 국회에서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든든학자금제에 대학원생을 포함시키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장 김선우씨는 "자질이 있으나 돈이 없어서 대학원을 갈 수 없는, 선택권 없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며 "양극화가 고착돼있는 우리나라 사회에서 신분 제도를 탈피할 수 있는 작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든든학자금제 도입 이유를 밝혔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일반 학부생도 전원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대학원생도 든든학자금 제도를 받게 하는 것이 필요한지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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