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입 봉쇄하는 현대판 분서갱유"

▲ 21일 방송통신대에서 열린 교원 재임용제도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교원 재임용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해 성토하고 있다.(사진=구무서 기자)

[한국대학신문 천주연·구무서 기자] "교원 재임용제도로 교수들은 입을 닫고 굴종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21일 대학교권수호공동대책위원회가 주최·주관한 토론회에서 김영록 전국교권수호교수모임 회장(새한대 교수)는 교원 재임용제도가 교수 탄압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교원 재임용제도, 교원 질향상 수단인가 교원탄압 악용도구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30여 명의 교수들이 참석해 교원 재임용제도와 계약 임용제도의 폐해를 지탄했다.

첫 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김종서 배재대 교수(법학)는 '교수 재임용제, 문제와 해법'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김종서 교수는 지난 2003년 사립학교법이 개정되면서 법적으로는 재임용에 대한 구제 내용이 포함됐지만 법제화 이후에도 문제는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김종서 교수는 "문제는 크게 네 가지로 △임용기간 만료로 인한 교원 신분 상실 △재임용거부 결정 무효 기준 △재임용거부 무효 결정 후 책임 소지 △재임용거부 결정 무효인 경우 임용권자의 손해배상책임 여부 등"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법원 판례를 보면 임용기간이 만료될 경우 교수의 교원 지위는 상실된다. 새로운 계약으로 교원 신분이 주어지지 않으면 교원 신분이 없어진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라고 김종서 교수는 분석했다.

그러나 김종서 교수는 대학과 교수 모두 계약 기간동안만 근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에 현실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재임용거부 결정 무효 기준이 모호하고 무효 결정이 나오더라도 책임을 누가 어떻게 지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점도 덧붙였다.

김종서 교수는 "핵심적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법원"이라며 "법률 개정이나 특별법 재정으로 입법적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홍성학 충북보건대학 교수(교양학부)는 '계약임용제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진행한 발표에서 교원 재임용제도가 과연 교원의 질 향상에 기여했는지, 아니면 오히려 교원을 탄압하는데 악용됐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홍성학 교수는 "계약임용제와 연결되는 성과연봉제는 반복 작업시에만 필요하며 복잡한 노동에는 오히려 비효율적인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계약에 의해 임용이 결정되면 10년 이상 장기적 연구가 불가능하고 임용기간 내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단기성 연구에만 매몰돼 교수들의 연구 질을 하락시킬 우려를 제기했다.

재임용·재계약과 취업규칙에 의해 재임용이 되는 시점마다 교수들에게 불리한 계약 조건이 제시되면서 임용기간 단축과 임금 삭감으로 안정적인 연구에 전념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교수들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재임용제도를 시행한다면 재임용시마다 계약 조건이 좋아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현실은 퇴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홍성학 교수는 "결과적으로 교원재임용제도는 교수 통제 수단으로 악용돼왔고 교수들의 능력은 저하됐다"며 "근본적으로 재임용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현재 학교와 재임용 문제를 겪고 있는 류석준 영산대 교수(법률) 사례가 제시됐다. 류석준 교수는 인사권이 없는 총장이 인사 절차에 개입하는 점, 교원인사위원회 구성 및 절차의 불투명성 등을 근거로 교원 재임용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대학 측과 협상을 통해 재임용이 가능해지는 상황까지 가기도 했으나 대학에서 원래 재임용 계약 조건과 다른 불리한 조건의 계약 조건을 제시해 협상이 무효화된 바 있다.

류석준 교수는 "재임용 절차가 베일에 쌓여 있어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며 "지식인들의 입을 봉쇄하는 현대판 분서갱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