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은 거리두기…총장선출 및 비리 조사로 재단 이사회 충돌 가능성도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반대 및 경찰병력 투입으로 촉발됐던 이화여대 학생들의 본부점거 농성이 권력과 결탁한 조직적인 입학특혜 및 학사비리 의혹으로 나비효과처럼 커졌다. 명문으로 일컬어진 이화여대가 고름을 짜내는 동안 대학에 대한 신뢰도도 바닥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이화여대 입학 학사비리 의혹은 결국 대학과 정치 권력의 유착을 보여주고 있다.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이 제기된 최순실(현재 최서원으로 개명) 씨의 딸 정유라(현재 정유연으로 개명) 씨가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하는 과정에서, 입학 후 부실한 출석과 보고서에도 부여된 학점, 의류학과 수업 일환으로 중국에서 진행된 패션쇼 참석 관련 특혜 모두 이화여대 교수와 학장, 보직교수까지 모두 그를 상전처럼 모셨다는 정황들이 줄줄이 폭로됐다.

특히 한 방송사에서 첫 지도교수 함정혜 체육과학부 교수는 정유라 씨에게 제적 경고를 했다가 최순실 씨로부터 폭언을 들었고, ‘정윤회 씨 부인이다’ ‘물러나라’는 말과 함께 지도교수직을 내려놨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래라이프대학 때만 해도, 17일 교수들에 대한 설명회 때도 ‘사퇴는 없다’는 입장이었던 최경희 총장이 19일 전격 사퇴한 데 대해서도 여전히 정권의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의혹이 남아있다. 이화여대 교수들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고, 학생들은 21일 본부 점거농성을 풀었으나 여전히 정유라 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산 교수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아직 매듭지지 못한 이화여대 사태는 당분간 신임 총장 선출과 입학 학사 비리 조사, 후속 조치 등으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화여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재단의 비민주적인 지배구조’를 일련의 사태가 일어나게 된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학내 구성원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는 합리적인 총장선출제도를 마련하고, 재단 이사회를 비롯한 이화 지배구조의 개선을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즉 신임 총장 선출시 역시 구성원과 재단이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인문과학대학의 한 교수는 “이화학원(재단)은 전 총장들을 필두로 소위 ‘라인’이 나뉘는 파벌구조로 이어져왔다”면서 “흡사 왕국처럼 변질됐는데, 그 수면 아래 충격적인 진실들이 묻혀왔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최경희 총장 취임 전부터 재단의 일방통행식 의사결정과 불통으로 인한 문제들이 수없이 발생해 무감각해진 상태까지 온 게 사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화여대가 대학 내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거버넌스 재구조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대학 내 견제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교수 등 구성원들이 뭉쳐 이사회 책임까지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교수회 학칙기구로 승격시켜 교무위원회나 징계위원회에 대표를 파견하고, 자문심의기구인 대학평의원회를 내실화 하는 등 개방적인 의사결정구조를 확립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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