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길자 본지 논설위원 / 이화여대 분자생명과학부 교수

창조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외침이 익숙해진 지 오래다.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젠 fast follower가 아니라 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는 요청도 다급하다. 이에 대학도 창의적 사고를 가진 융합형 인재 육성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동안 산업체에서는 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여러 스펙까지 갖춘 인재들이 막상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하기 일쑤였다. 30년간 교육 현장에서 일하며 이제 정년을 몇 년 앞두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치 죄인이 된 느낌이었다. 열심히 가르쳤고, 열심히 배워서 나갔는데 무엇이 문제라서 이런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일까.

학교는 기초적인 학문의 토대를 닦는 것에 보다 중점을 두었던 반면, 기업은 당장 적용 가능한 기술 능력을 요구하였기 때문에 서로 온도 차이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저서 ‘부의 미래’에서 혁신속도론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던 앨빈 토플러도 기업은 100마일, 노조는 30마일, 학교는 10마일, 정치조직은 3마일, 법은 1마일로 변한다고 하며 이런 속도 차이가 경제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시기에는 이러한 분석이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이에 대학 교육이 많이 바뀌어 실전에 바로 투입 가능할 정도의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배출하고 있다. 그래서 현장에서 약간의 경험을 쌓는 시간이 필요할 뿐, 능력 자체는 현장 종사자들에게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여겨진다.

문제는 또 다시 달라진 시대적 요청이다. Fast follower시대를 지나 first mover를 추구하는 시기에는 좀 더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 역량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 이제 시대는 다양한 영역에 대한 흥미와 지식을 갖고 새로운 관점을 창출하는 창조적 인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교육이란 결국 기본을 잘 가르치는 교육인 것 같다. 그리고 기본을 잘 가르치는 교육이란 논리적 사고 수준을 높이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한 신학자는 ‘한국에서 노벨상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는 노벨상은 8-9단계의 논리적 사고의 결과로 나오는 것인데 우리의 논리적 사고 교육수준은 5-6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에 대한 개념 정립, 이에 의거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가는 질문, 그 위에서 다시 찾아가는 대답과 다시 이뤄지는 질문 등을 중요시하고 이러한 훈련을 시켜주는 교육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그 후로 나는 학생들에게 용어에 대한 개념을 정의하고 실험하는 과정의 이유를 지속적으로 질문하고 답하게 하면서 이를 하나의 도표로 만들게 했다. 수평적 질문과 수직적 질문을 분석했더니 수직적 질문의 단계가 대부분 5-6 단계에서 끝나는 것을 보며 그 다음 단계의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지게 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적 사고 교육 방법, 즉 개념 정의와 근원적인 질문 던지기로 이뤄지는 교육이야말로 기초를 탄탄히 하고 시야를 확장하게 해주는 교육이 아닐까.

현재 창의적 인재 교육에 대한 여러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방법론에 집중하고 있지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훈련을 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나 역시 ‘논리적 사고 교육이 무엇인지’ 아직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러한 생각과 30년간의 교육 경험을 토대로 캄보디아 학생들을 위한 초등학교 과학실험 교과서를 만들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기본에 대한 각성과 그 기본에 이르는 논리적 사고교육일 것이다. 지금 우리 한국의 교육에 꼭 필요한 두 가지인 것 같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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