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주문식교육 통한 취업률 전체 취업률 절반에도 못 미쳐

변화 필요성 느낀 대학 “新방법으로 주문식교육 효과 높여야”

▲ 경운대는 교육·현장 간 동반성장을 주도하는 '교육운영공동체(2WINNER)'을 통해 산업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교육과정 운영 논의를 위해 기업과 대학 관계자가 참석한 세미나 모습.(사진=경운대)

[한국대학신문 최상혁 기자] “그동안 대학과 이뤄졌던 주문식교육은 일방적이거나 형식적이어서 부작용이 많았다. 주문식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계도 새로운 방식의 주문식교육을 원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최근 경운대를 비롯한 새로운 시도를 도모하는 대학들의 노력은 주문식교육의 부작용을 극복할 해결책이 될 것이다.”(한국기계연구원 오양의 기술사업실장)

‘주문식교육’은 그간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한 대학가에 해결책으로 손꼽히며 유행처럼 번져왔다. 주문식교육은 현장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이 기업의 요구를 반영해 교육 과정을 개발·운영하는 방식으로 현재 전국 64개 대학 173개 학과에서 5608명을 대상으로 진행될 만큼 성황이다.

하지만 기존 주문식교육은 기업의 요구만을 반영한 탓에 △교육과정에서의 기업 책임감 저하 △대학·기업 간 마찰 △재학생 교육과정 부적응 등 다양한 부작용을 낳았다. 이를 방증하듯 교육부에 따르면 그간 주문식교육을 통한 협약 기업에 채용되는 취업률은 32.6% 수준으로 전체 대학 취업률(69.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기존 주문식교육 부작용을 극복하고 효과를 높이는데 필요성을 느낀 대학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새로운 방식은 ‘소통형 주문식교육’이다. 기존 단방향적인 주문식교육을 통해 발생한 부작용을 기업과 대학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경운대는 기업의 의견만을 수렴해 교육과정을 구상했던 단방향 주문식교육을 탈피하기 위해 소통형 주문식교육 방식인 ‘교육운영공동체(2WINNER)'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이 대학은 기업과의 소통을 위해 기업 관계자 33명과 대학 관계자 15명이 속한 ‘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운영위원들은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끊임없이 쌍방향 소통을 추구하며 △교육과정 개편 수요조사 △현장실습 프로그램 구상 △현장 맞춤 이론교육 개발 △현장전문가 멘토링·컨설팅 구상 △취·창업 지원 프로그램 및 교육 구상 등 교육과정 개발을 통한 기업 현장 맞춤형 인재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더 나아가 경운대는 단순히 일회성에 그친 특강이 아닌 기업관계자가 직접 강의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 한 학기 동안 재학생에게 기업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는 실무형 교과목 도입을 꾀하고 있다. 교육과정 개발에만 참여했던 주문식교육을 뛰어넘어 실질적인 현장의 목소리를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교육하겠다는 의도다.

이채수 경운대 인재개발처장은 “기존 주문식교육은 단순히 기업의 목소리만 듣고 이를 교수가 강의하는 단방향 방식이었지만 시대가 변하고 주문식교육이 보편화 되면서 차별화된 방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대학과 기업이 직접 조직을 꾸리고 소통하면서 교육과정을 구상하니 각자가 가진 책임감도 커져 보다 체계적인 교육과정과 교과목 개설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기존 ‘1개 학과-기업 매칭’ 구조에서 벗어나 ‘다수 학과-기업 매칭’ 구조의 주문식교육 또한 눈길을 끈다.

인천대는 최근 기업과 1개 학과가 매칭돼 진행해 왔던 기존 주문식교육 방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시도를 도모했다. 기업 주도하에 다수 학과가 동시에 참여하는 연계학과를 개설해 학생들로 하여금 다수 학과의 학문이 융·복합된 현장 실무 교육을 이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매트릭스 교육’을 구상했다.

2017년도부터 도입될 매트릭스 교육을 통해 이 대학 재학생들은 다수 학과의 학문을 횡적으로 이수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시장 동향에 대처할 수 있는 기업 전문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옥우석 인천대 기획예산 처장은 “매트릭스 교육은 급변하고 있는 기업 현장의 수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매트릭스 제도에 28개 기업이 참여할 만큼 기업의 관심도가 높다. 앞으로도 다른 대학과 차별화된 방법을 통해 사회 수요에 부응하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기업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이다”고 밝혔다.

기업계의 얘기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변화를 시도하는 대학도 있다. 차별화된 주문식교육을 통해 현장 중심형 인재 양성을 꾀하는 대학들은 기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외대는 지난 7월 기업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대·중소기업 및 외국계기업이 참석한 이번 간담회를 통해 사회 변화와 기업 현장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렴하기 위해서다. 56개 기업 58명의 인사가 참석한 이번 간담회에서 김인철 한국외대 총장은 직접 관계자들과 소통하며 현장 의견에 귀 기울이는 등 기업 맞춤형 교육의 관심을 드러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인철 총장은 “청년취업난을 해소하고 기업과 대학이 함께 발전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간담회를 개최했다”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기존 기업과의 교육에서 벗어나 더욱 발전된 기업 맞춤형 교육을 추진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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