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위기가 지역 위기…상생 위한 인력 배정·재정지원 필요해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지역과 상생하는 대학’ ‘글로컬 인재 양성의 요람’ ‘지역 공동체 선도’….

많은 대학들이 지역상생을 주요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대학구조개혁으로 대학들의 입학자원 확보가 어려워지기도 했지만 지역 균형에서 대학들이 차지하는 역할은 나날이 강조되는 상황이다.

정부와 주요 공공기관이 지역으로 상당 부분 이전 중이지만, 여전히 일자리와 자본 등 많은 자원이 수도권으로 집중된 상태다. 더구나 입학자원 부족으로 지역대학들이 존폐의 기로에 놓이면서, 대학은 지역 발전을 이끌어내고 또 살아남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소명’을 받게 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지역별로 총장협의회, 직능협의회를 활성화 하는 추세다.

■지역 대학 이슈가 곧 정치 이슈…상생만이 살 길=대학들은 △대학가 활성화 △지역 인재 선발 △지역산업 맞춤형 교육 △산학협력 활성화 △재직자 및 성인 평생교육 △문화·체육 인프라 개방 △사회공헌활동 등 경제적 문화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지역에서 차지하는 대학의 위상은 미담보다는 최근 수년간 일어난 갈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학 폐교를 명령한 정부, 다른 지역으로 이전 계획을 내세운 대학들은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정치 이슈로 부상하기도 했다.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미군공여구역법과 수도권정비특별법 등 수도권 개발제한 완화를 위한 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20대 국회 초반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앞서 송석준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0일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페지하는 폐지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외에도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도권의 규제를 완화할 경우 비수도권 지자체장의 동의를 얻도록 한 동법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을 21일 냈다.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은 변재일 의원의 법안 내용을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법안을 다시 발의해 맞서기도 했다.

의대설립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최근 서남대 구재단이 의대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이 정원을 활용해 각자 지역구에 의대를 설립하겠다는 뜻을 우후죽순 밝힌 것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지역구에 순천에 국립보건의료대학을,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역구인 목포에, 정의당 원내대표인 노회찬 의원은 창원대 산업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표하면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서남대 의대 존폐를 둘러싸고도 정치 이슈가 되면서 지역이기주의로 번질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대학구조개혁법과 정책에서도 지방대는 뜨거운 감자다. 건국 이래 수도권에 학생들이 몰리면서 지방대가 쉽게 부실해지거나 지표에서 불리하다는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MB정부는 이에 대한 고려 없이 대학을 한 줄로 세워 하위대학들을 압박하고 잘라내는 식의 정책이었지만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지방대와 수도권 대학을 나눠 지표를 적용하고, 가능한 그대로 두고 전체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지방대 육성법 이후 지역상생, 지자체도 부응해야=이처럼 지역주민들과 지자체, 지역 기업에서는 해당 지역 대학들의 역할을 더 강조해왔다. 2014년 제정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육성법)은 지역균형과 지방대, 지역인재 채용으로 이어지는 축을 지탱하는 법률이다. 수도권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더 팽창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받고 있다.

지방대 육성법 제3조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방대학 및 지역인재의 육성을 지원하기 위한 책무로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 등 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지역인재의 취업기회 확대를 위한 지원대책을 수립-시행하고, 지역인재 취업이 촉진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환경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에서는 이를 위해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지방대학 특성화(CK-Ⅰ) 사업은 지방대학과 지역특화산업을 고려한 분야에 재정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2014년부터 5년간 1조 3000억원을 지원한다. 올해 중간평가 이후 예산은 다소 줄어들지만 한 대학에 평균 150억원을 지원하는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PRIME·프라임) 사업 또는 30억원 내외로 지원하는 대학 인문역량강화(CORE·코어) 사업과 중복지원으로 인해 제외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지방대학들에게는 단비 같은 재정지원이라 할 수 있다.

학부교육 선도대학(ACE) 육성사업이나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사업 등 등 주요 국고사업 역시 수도권과 지방 패널을 나누거나 권역별로 대학을 선정하고 있어 수도권에 몰릴 수 있는 국고를 지역대학에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도 법과 시행령에서 명시한 대로 지방대와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조례를 마련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대학창조일자리센터 사업은 지자체와 대학이 함께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참여하고 있고, 창조경제혁신센터와의 협업 등 제도적·행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크고 작은 정책연구를 지역대학 산하 연구소에 맡기는 것도 지원 범주에는 속한다.

그러나 ‘이걸로는 부족하다’는 게 대학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대학들의 노력에 상응하는 지자체의 안정적인 재정 및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일단 지자체 조직에서 대학을 지원하는 인력을 별도로 꾸린 경우는 거의 볼 수 없다. 지역 일자리 문제, 산학협력에 한해 ‘교육지원과’ 또는 ‘고용지원과’에서 한데 묶어 지원하는 식이다. 대학에 대한 연례적인 지원은 공립대학, 즉 시립대와 도립대학이 있는 지자체의 경상비 정도다. 이마저도 예산을 충분히 지원하지 못하고, 경상남도는 도립대학 통폐합을 추진하는 등 대학들은 속으로만 앓고 있다.

영남지역의 한 사립대 보직교수는 “아무래도 지역별로 현안이 다르기 마련인데 매번 정부에 건의를 할 수도 없고 지자체에 건의하려 해도 우선순위에서 떨어지기 일쑤”라며 “지역경제와 상생이 화두인 만큼 안정적인 지원조직과 재정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6회에 걸쳐 각 권역별로 대학들이 지역에서 겪는 현안과 어려움은 무엇인지, 지역상생 과정에서 어떤 지자체 지원이 필요한지 지역의 시선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수도권(경기·인천), 대경·강원권(대구·경북·강원), 호남(전북·전남), 동남(부산·울산·경남) 등 권역별로 나눠 연재할 예정이며, 제주지역 대학들은 국가 관할이 아닌 지자체가 곧 관할청인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동남권 이후 별도로 다루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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