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구상 단계부터 협력해 지역과 대학 상생할 방향 찾아야

[한국대학신문 김소연·이한빛·구무서 기자] 대학들이 정부의 국고지원사업에만 열을 올리면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다 보니 지자체 협력이나 지자체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자체와 대학 간 협력 사업은 걸음마 단계다. 결국은 재정 지원과 결부돼 있어 지자체의 지원이 쉽지 않다. 지자체와 대학이 충분한 협력을 통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 경인지역총장협의회 제6차 총회와 정책세미나가 지난 2일 수원 벨류 호텔 하이엔드에서 열렸다 총회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참석해 대학과 지자체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진행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대학과 지자체의 협력 필요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경기도청)

■ 경기도 고등교육 지원 위한 조례안 개정…대학지원 구상중 = 경기도는 권내에 위치한 대학을 위한 협력 사업 등을 추진하는 단계에 있다. 특히 경기도는 최근 고등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지원 조례안을 수정해 대학 설립과 유치에 중점을 뒀던 지원 방향을 대학 협력과 지원 사업 강화로 돌렸다.

경기도는 올해 대학생 취업에 초점을 맞춰 대학생의 취업과 기업이 우수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취업 지원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경기도는 ‘취업예약형 전공과정’을 지원해 △대진대 △오산대 △여주대 △동서울대 △수원과학대 등 5개 대학에서 5개 과정을 운영한다. 경기도는 해당 과정을 이수한 학생과 85개 기업을 연계시킨다.

기업들의 고용 수요가 높은 전공 과목을 선정하고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이 해당 과정을 수료하면 협약 기업에서 6개월 간 의무적으로 복무하게 된다. 학생들이 해당 기업에 취업을 예약하고 기업에서 원하는 과정을 배우는 취업 연계 과정이다.

지난 7월~8월 하계 방학기간에는 경기도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63명이 대학생들의 취업을 돕는 멘토링 봉사활동도 진행했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협약 기업을 확보하고, 경기도 공무원들이 학생들에게 멘토가 되는 방식이다. 대학생 취업지원 멘토링은 오는 10월~11월 또 추진될 예정이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해 경기도는 베트남 호치민, 하노이에서 오는 9월 30일부터 10월 5일까지 국외 설명회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간 △경기대 △경희대 △단국대 △아주대 △한국산업기술대 △한양대 등 6개 대학을 선정해 베트남에서 유학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다만 경기도는 대학에서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원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조사가 돼있지 않은 상태다. 이에 각 대학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청취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도청 교육협력과 관계자는 “경기도 대학들이 어떤 어려움을 갖고 있고 무엇을 원하는지 연구해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경기도에서 지원할 것”이라며 “대학과 정부 모두 협력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다각도에서 큰 틀을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양시도 안양시 권내에 있는 대학 6곳과 협력을 추진하는 단계에 있다. 경인교대, 성결대, 안양대, 계원예술대학, 대림대학, 연성대학 6개 대학은 오는 8일 ‘대학-안양시 미래발전 포럼’을 열기로 했다.

윤동철 성결대 총장은 “경기도 지역의 여러 지자체 및 기업들과 계속해서 진행방향을 논의해 나가고 있다”면서 “지난 6월 이필운 안양시장을 만나 대학과 지역사회의 상생 및 협력방안을 찾기로 했으며 대학과 도시가 협력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 일부 지자체 “사립대학을 왜 지자체가 지원해야 하나” = 아직까지 경기도와 대학 간 협력이 추진 단계에 있는 만큼 시 단위에서 대학과 지자체의 협력은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4개의 대학이 있는 인천광역시의 경우 특별한 지원 사업을 추진해 대학에 구체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나 총괄 부서는 없는 상태다.

인천대가 지난 2013년 1월 시립대에서 국립대로 전환하면서 인천시가 인천대에 대학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한 협약을 제외하고 특별하게 추진되는 사업은 없다. 인천시와 인천대는 2013년부터 정부 지원 전인 2017년까지 매년 300억원씩 1500억원을 지원하는 '국립대학법인 인천대 지원에 관한 협약'을 맺었다. 인천시는 2018∼2027년 총 2000억원의 대학발전기금도 조성해 대학에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인천시가 재정난을 겪으면서 지급이 계속해서 미뤄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개별 사업마다 연구 용역을 하는 관학협력사업을 하고 있지만 전체를 총괄해 대학을 지원하는 사업은 없다”면서 “앞으로도 예정돼 있는 지원 사업 내용은 없다. 또 지자체에서 사립대에 지원하기 어렵고, 법적근거도 없다”고 답했다.

지자체 마다 대학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보니 대학과 협업이 녹록치 않는 형국이다. 특히 사립재단 법인이 운영하는 사립대학에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을 투입해야 할 법적 근거와 이유는 모호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같은 수도권이라도 경기 남부, 경기 북부 등 지역의 특징에 따라 대학 여건은 천차만별이다. 지역 간 격차는 산학협력에서도 드러난다. 대규모 공장 건설이나 공업단지 조성이 어려운 경기 북부는 기업체 수 자체가 적어 대학이 산학협력을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상훈 대진대 교수(철학)는 "대학은 R&D를 기본으로 기업과 상생하며 지역발전을 이룰 수 있어야 하는데 기업 개수나 규모 모두 열악하다"며 "이 지역 대학들이 고등교육을 실천해 나가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고 한탄했다.

실제 행정자치부가 제공하는 공공데이터포털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5년 기준 중소기업 확인서를 발급받은 중소기업 수는 경기북부가 1682개로 경기남부 1만4270개보다 약 10배가량 적은 상황이다. 확인증을 발급받지 않은 기업과 중소기업이 아닌 중견·대기업 수까지 고려하면 격차는 더욱 커진다.

이에 경기도 교육협력과 관계자는 “경기 북부지역 대학은 지원이 부족하지만 해당 지역만을 위해 경기도 차원에서 따로 지원하기 어렵고, 협의체가 꾸려있거나 제도적으로 지원할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지역 간 격차에 따른 지원 문제, 지원의 구조적 한계 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 대학 “결국 재정지원이 핵심 키”…대학-지자체 간 협력 중요 = 대학에서 지역 사회나 지역 경제에 사회적 역할과 책무를 하는 만큼 지자체의 지원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결국 재정적인 한계로 인해 협력이 잘 이뤄지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 지역 모 대학 기획처장은 “지자체에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은 다양하게 있을 것”이라면서도 “결국에는 재정이 있어야 가능한 문제로 귀결된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지자체에 요구하는 다양한 사항들이 결국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부나 고용노동부 등 재정지원 사업에서 대학들의 사업에 맞춘 계획이나 가능성을 보고 재정을 지원하는 반면, 지자체는 ‘매칭펀드’ 형식이 많아 대학들이 망설이고 있다는 의견이다.

이헌대 경기대 기획처장은 “지자체 차원의 사업은 지원 규모가 국고 사업보다 작다. 그래서 대학이 아닌 학과 차원에서는 적극적으로 접근하겠지만 대학과 연계할 부분은 많지 않다. 게다가 5억 지원한다 하면 매칭펀드 형식으로 대학에서 또 5억을 내놔야 하기 때문에 예산이 부족한 경우 부담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학들은 경기도에서 조례안을 개정하고 대학에 지원을 하겠다는 큰 틀을 세운 만큼 재정적 어려움에도 협력이 잘 이뤄지길 기대했다. 또 지원 이전에 대학과 지자체 간 소통을 요구했다.

이중섭 아주대 기획처장은 “대학에 지원이나 사업 설계를 할 때 대학의견을 많이 듣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면서 “사업 설계단계에서 대학의 의견을 많이 수렴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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