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의법안 139건 중 고등교육 관련 법안은 20건에 불과

지역구 민원 위해 다리 고치고 청사 짓는데 수억원씩 배분

[한국대학신문 이재·김소연 기자] 기대를 모았던 20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또다시 교육보다 지역 예산 챙기기에 나섰다. 개원 이후 단 한 건의 법안 발의도 하지 않은 의원들이 중앙정부 특별교부세를 끌어가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교문위원들의 의정활동은 실망감을 준다. 당장 추경예산 편성도 교문위의 늑장합의 탓에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법안 발의 실적도 여전히 낮다. 특히 전문분야인 교육과 문화 관련 법안이 적은 게 흠이다.

본지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대표발의 법안을 기준으로 확인한 결과 개원 뒤 국회 교문위원 29명이 발의한 법안은 총 139건이다. 이 가운데 교육분야에 속한 법안은 54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고등교육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20건에 불과하다. 문화체육 분야 법안도 26건에 그쳤다. 나머지 법안은 주로 이전 상임위원회에서 발의했던 법안을 손질해 재발의하거나 지역구 챙기기를 위한 법안이다.

교육관련 법안도 주로 누리과정 논란에 따른 정치적 입법이 많았다. 야당 의원이 누리과정의 정부책임을 강조한 법안을 내면 여당 의원은 지방교육청에 예산편성을 강제하는 법안을 내는 식이다.

지역구를 챙기기 위한 법률을 내는 경우도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발의한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대표적이다. 공공보건의료대학을 설립하는 게 주요내용이지만 이정현 대표의 지역구 대표공약인 순천대 의대 설립을 위한 법안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개원 뒤 9차례 열린 상임위 회의도 마찬가지다. 지난 19대부터 이어진 국정교과서와 누리과정 논란 외에 교육적인 문제를 지적한 의원들은 드물었다. 전체회의에서 반복적으로 대학구조개혁에 대한 질의를 한 의원들은 있었지만 대안을 제시하거나 법률적 해결책을 내놓은 의원은 없었다.

▲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 발의 법안 파악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8월 25일 기준

반면 언론보도 등을 통해 확인된 교문위원들의 특별교부세 확보액은 이미 100억원을 넘겼다. 이는 각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한 것으로, 국민안전처와 행정자치부의 특별교부세가 특히 많이 포함됐다. 다른 부처를 포함할 경우 액수는 더욱 늘어난다.

특별교부세는 중앙정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직접 교부하는 예산이다. 지방자치단체 청사나 공공복지시설의 신설이나 보수 등에 쓸 수 있도록 용도를 제한하고 있지만 사실상 교부권한이 각 부처 장관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지역구 의원들은 관련 부처의 특별교부세를 따내기 위해 거래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교문위원 중 이 특별교부세를 가장 많이 확보한 것은 강원 태백시횡성군영월군평창군정선군을 지역구로 둔 염동열 의원이다. 교문위 새누리당 간사이기도 한 염동열 의원은 지난 달 태백시 급수취약지역 상수도 신설 7억원을 비롯해 횡성군 도시계획도로 개설 7억원, 영월군 청소년 문화의 집 건립 10억원, 평창군 예술촌 조성 10억원, 정선군 농어촌도로 개선 5억원 등을 확보했다. 이어 양떼마을 개선 예산 5억원을 추가로 확보해 20대 국회 개원 뒤 3개월여 만에 44억원의 특별교부세를 확보했다.

유성엽 교문위원장 역시 국민안전처로부터 9억원의 특별교부세를 확보했다. 지역구인 정읍시의 덕천지구 노후 위험저수지와 고창 구암 상습침수지역 배수개선사업 예산이다. 이밖에도 교문위원들은 지역 내 훼손된 다리를 개·보수하기 위한 예산이나 지역 육아보육센터 건립을 위한 예산 등이 가장 많았다.

일부 의원은 아예 지역민원해결사를 자처하며 연일 관계부처 장관과 면담하거나 예산을 따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보도자료와 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지난 19대 국회 한 야당 비서관은 “교문위나 국토교통위원회 등이 인기가 많은 이유가 결국 특별교부세다. 관련 중앙부처로부터 특별교부세를 확보해 지역 초중등 학교 개선사업을 벌이거나 각종 토목사업을 벌이면 학부모나 지역단체의 지지가 크게 높아진다. 재선을 위해 지역구를 다지기 위해선 이 특별교부세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서는 지역구 챙기기에 앞서 상임위원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 국립대 총장은 “대학문제가 연일 사회적 갈등으로까지 비화되는 상황에서 교육정책을 담당한 교문위원들이 지역구 챙기기에나 나선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지금이라도 교육제도와 대안에 초점을 맞추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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