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보다 뭘 잘하나…총장이 직접 나서기도

대학들 생존 위한 움직임…"우리 대학보다 뭘 잘하나"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방학을 맞아 대학들 사이에서 서로의 장점을 배우는 ‘벤치마킹’이 활발하다. 단순히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사소한 시스템이라도 잘하는 대학이 있다면 무엇이든 배우겠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 총장부터 보직교수, 행정 교직원 팀장들까지 나서서 다른 대학을 방문하고 배우는데 열심이다. 대학 총장이 직접 나서서 다른 대학을 벤치마킹 하는 공식적인 방문부터 대학 부서 개별적으로 타 대학을 방문하는 비공식적인 경우까지 다양하다.

지난 9일 한국산업기술대 각 행정부서 팀장들은 서울여대를 방문했다. 서울여대가 ACE사업 등 각종 국고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다. 단지 재정지원사업 보고서를 잘 쓰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차별화된 교육시스템과 대학운영의 전반적인 사항 등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대학 행정 팀장들이 나섰다.

한국산기대 관계자는 “우리 대학이 부족한 부분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 우리 대학에 적용하기 위한 방법 등을 고민하는 시간이 됐다”면서 “서울여대를 다녀 온 후 직원들끼리는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됐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전했다.

앞서 서울여대도 한국산업기술대를 방문한 바 있다. 전혜정 서울여대 총장을 비롯해 보직교수와 교직원들은 한국산업기술대 취업 관련 교육과 취업지원 시스템 등을 보기위해 대학을 찾았다. 지난 1월에는 김희수 건양대 총장을 비롯해 건양대 관계자 약 30명이 한국산업기술대를 찾기도 했다.

건양대도 많은 대학에서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는 대학 중 한 곳으로 꼽힌다. 건양대 관계자는 “7~8년 사이에 벤치마킹을 하러 온 대학들의 방문 횟수가 100회를 넘는다”면서 “각 부서 개별적으로 오기도 하고 대학 보직교수 단체로 오는 등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건양대는 ‘동기유발학기’ 제도를 배우기 위해 대학을 찾는 발걸음이 많다. 동기유발학기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4주 동안 학생들이 본인의 적성, 심리, 성격, 외국어 능력, 잠재력 등을 파악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미래진로에 대한 명확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제도로 대학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

지난 7월 이덕훈 한남대 총장과 대학 교직원들은 버스를 대절해 건양대를 방문했다. 행정부서 팀장들은 관련부서도 방문해 실무자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등 활발한 벤치마킹을 시도하고 있다.

대학들이 급변하는 교육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기보다 발전된 전략을 찾아 나서고 있다. 개별 대학이 가진 장점을 숨기고 대학 간 경쟁을 심화시키는 것보다 협력하고 함께 발전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단순히 교육부재의 재정지원사업의 보고서를 더 잘 쓰기 위한 방법을 배우러 다니는 것이 아니다. 하다못해 주차시스템이라도 우리 대학 보다 다른 대학에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배우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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