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빠져나간 수도권은 "학생 실습처 잃었다" 한탄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지역균형개발을 위해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마뜩찮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역세수가 늘고 지역인재를 채용하는 등 성과가 없진 않았으나 대학과의 교육협력이나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 등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교육·연구협력 분야에서는 후속대책이 뒤따르지 않은 업무협약(MOU) 체결에만 급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 공공기업·지역대학 교육·연구 협력 ‘미흡’=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6월 발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사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공공기관 107개 중 대학과 교육연구 협력사업을 진행한 곳은 68곳(63.4%)이다. 이 가운데 41개 기관은 인턴십이나 협동과정 등 실질적인 협력 없이 업무협약만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턴십을 운영한 기관은 14곳, 협동과정을 개설한 곳은 13곳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는 경북지역의 미협력 기관 비중(66.7%)이 가장 높았다. 이 지역은 한국도로공사, 교통안전공단,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건설관리공사,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한국전력기술 등 도로교통과 법률분야 공공기관 6곳이 이전한 곳이다. 이외에 미협력 기관 비중이 높은 지역은 충북(50%), 세종(47.4%), 대구(44.4%) 순으로 나타났다.

이전 공공기관과 지역대학간 업무협약은 주로 연구협력과 인력양성에 협력하는 데 치중됐다. 교통안전공단은 지난해 대구경북지역 대학과 이전기관 합동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없는 업무협약의 특성상 협약 체결 뒤 실질적인 협력활동은 기대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이보다 실질적인 협력방안 모델로 인턴십과 협동과정 개설을 제시했다. 실제로 원주로 이전한 대한석탄공사는 2013년부터 연세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방학에 공사에서 체험형 인턴십을 운영하고 있다. 협동과정은 공공기관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지역대학이 육성할 수 있도록 계약학과나 일학습병행제 등을 운영하는 경우다. 한국감정원과 한국서부발전은 각각 경북대 조사통계학 석사과정 계약학과와 폴리텍대 전기학과 일학습병행제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진은 “지역대학과 이전공공기관의 협력은 업무협약 체결에서 인턴십 운영, 협동과정 개설
등 점진적으로 협력의 강도를 높여가는 형태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며 ”협력 실적이 없는 기관의 경우 업무협약 등 협약체결을 도모하고, 대학과 협력을 시작한 기관은 점차 협력의 단계를 높여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혁신도시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도 ‘미흡’= 공공기관과 지역대학의 협력이 부진하면서 혁신도시 내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도 지연되고 있다. 혁신도시 산학연 클러스터는 공공기관과 관련 있는 기업과 대학, 연구소를 집중적으로 유치한 부지로 지역성장의 거점이다. 이밖에도 혁신도시는 이전기관·산업·단독주택·공동주택·업무·공공시설·기타 용지 등 8개 용지로 구분돼 있다.

지역 특성발전의 거점이기 때문에 클러스터 용지도 혁신도시 조성용지 가운데 큰 편에 속한다. 그러나 주변 지가에 비해 높은 가격과 불명확한 입주자격 요건, 입주기관에 대한 지원 미흡 등으로 2015년 12월 현재 분양률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43.2%에 그쳤다. 산학연 클러스터보다 분양률이 낮은 용지는 산업용지(35.2%)가 유일하다. 바꿔 말하면 공공기관 인력을 감당할 인프라는 갖춰 놨으나 정작 혁신도시의 취지를 살릴 인프라 구축은 미비하다는 얘기다 .

현재 전국적으로 산학연 클러스터에 가장 관심을 보인 곳은 동신대다. 광주전남 공동 혁신도시인 나주혁신도시와 가장 가깝게 위치한 탓에 공공기관 이전 초기부터 업무협약을 맺었다. 오는 2017년이면 한방캠퍼스도 혁신도시 내에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동신대처럼 적극적인 움직임을 모든 대학에 주문하긴 어렵다. 대학들은 재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클러스터 입주의 이점이 확실하지 않으면 움직이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경상북도 혁신도시 인근 대학 한 관계자는 “입주를 했을 경우 생길 수 있는 이점에서 수지타산이 맞아야 한다. 산학협력 업무협력은 입주를 하지 않고도 가능하고, 학생이나 교수 등 인적교류도 굳이 입주를 할 필요가 없다. 조성비용이나 입주비용 등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미끼가 없이는 움직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 공공기관 빠져나간 서울은 이상 없나=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성과가 기대만큼 높지 못한 상황에서 수도권 대학들의 표정은 어떨까.

공공기관 이전으로 역차별을 받을 것이란 일각의 우려와 달리 수도권 대학들은 여전히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과 탄탄한 연구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연구는 거리나 위치보다 전문성이 보다 중요한 분야라 지금껏 관계를 맺어온 연구진을 쉽사리 교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방 이전 뒤에도 수도권 대학 교수들과 지방교수들의 컨소시엄 형태로 연구를 공동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대학가의 공통된 설명이다. 도리어 지방대학 교수들은 공공기관이 이전한 뒤에도 여전히 연구용역 수주 등에서 수도권의 입김 아래 있다며 불평하기도 했다.

정작 수도권 대학들이 어려움을 호소한 것은 학생 현장실습이다. 어느정도 규모가 있고 사회적인 책무성을 갖고 있는 공공기관의 경우 중소기업보다 현장실습을 진행하기 용이했기 때문이다.

이동훈 서울과기대 링크사업단장은 “연구보다 교육이 어려워졌다. 현장 멘토링 등 장기 현장실습을 보낼 수 있었던 공공기관들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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