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현실적" vs 강사 "보완 아닌 차별 조장"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20일 처음으로 5년간 유예된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 보완 및 강사 처우개선 방안의 큰 그림이 나왔지만 여전히 강사문제를 둘러싼 노사의 의견차는 끝내 좁히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의 요구사항은 상당부분 반영됐지만 강사측의 핵심 요구사항은 모두 빠졌다는 게 주된 반응이다.

실제 강사제도 개선 종합대책(시안) 공청회에서도 대체로 대학은 한숨 돌리는 분위기였지만 강사들은 합의할 수 없다며 격앙된 모습으로 엇갈렸다. 정책자문위원회의 대학측 위원들은 합의된 방안을 내지는 못했지만 워낙 대학과 강사간 의견차가 커 이번 시안이 나름대로 최선의 방안이었다는 입장이다.

▲ 20일 서울교대에서 열린 대학 강사제도 종합대책 시안 공청회에서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및 관계자들이 패널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이영 수성대학 교학지원처장, 백정하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장, 남궁근 자문위원장, 정일영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강태경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사진=이연희 기자)

이날 강사제도 개선 정책자문위원회(위원장 남궁근) 토론자로 나섰던 이상룡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정책위원장은 “대학 강사제도 종합대책은 강사에게 최대 이익이 되도록 만들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강사법 개선안은 입법취지를 살리되 현장에서 시행상 문제를 제기하는 현장 적용 문제 개선해야 하는데 미흡하다”고 평했다.

이상룡 정책위원장은 “평가지표로 전임교원 시수와 비정년 트랙 전임교원을 늘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강사 대량해고를 부르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게 된다”고 잘라 말했다. 계약기간과 관련해 다수의 강사가 한 강좌를 나눠 담당하는 팀티칭이나 계절수업 담당 강사, 일시·대체 임용 강사는 1년 미만 계약을 하도록 한 데 대해 편법을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기간 만료시 일반 비정규직은 2년 이후 임용시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도록 했으나 강사는 ‘당연퇴직’으로 명시한 점은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지위는 교원임에도 전임교원과 달리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을 적용하지 않은 것은 법에 ‘불평등’을 명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립대 강사료를 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맞춰 인상하는 것 역시 강사의 현재 임금 수준이 공무원에 비해 낮기 때문에 최근 수년간 이뤄졌듯 대폭인상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사립대학 강사 처우 개선은 한국연구재단 인건비 지원방식을 제안했으며,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 대학평가 지표는 강사 대량해고를 방조한다며 즉각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강사 업무여건을 개선하도록 정부대 대학에 ‘권고’한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강사로 고용되기 쉬운 대학원생의 목소리도 나왔다. 강태경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시간강사 제도는 극단적 착취 방식으로 인건비 절감을 진행해온 대학운영의 잘못된 사례”라면서 “교육부가 해결책과 장기적 계획을 제시하고, 사립대도 재산 운영이나 경영 자율성만 내세우지 말고 교육 발전, 연구 발전을 추구할 자유 등 공공성을 적극 고민해 전향적인 해법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측 토론자들은 일부 환영하는 의사를 밝혔다.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장은 강사들의 임무를 교육으로 제한하고 책임수업시수를 법정화 하지 않은 점, 임용기간 중 소청심사 청구권을 보장하는 내용에 대해 “교원으로서 강사의 지위와 역할을 분명히 해 대학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고, 교원과 동일한 책임수업시수(9시간)를 적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강사 대량해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처라 생각된다”고 밝혔다.

김이영 수성대학 교학지원처장 역시 강사의 지위나 책임수업시수, 교육에 한정된 임무에 대해 ‘현실적인 보완책’이라고 평했다. 그는 강사에게 연구와 봉사의 임무를 부여하면 오히려 대학에서 강사 임용시 논문 실적을 요구하는 등 악용 소지가 있다고 봤다.

다만 대학들은 공통적으로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정부 재정지원이 대폭 필요하다고 공통적인 의견을 냈다. 백정하 소장은 “교육부가 3년간 한시적으로 추진하는 강의장려금 지원사업의 경우 일부 사립대만 재정지원을 받게 돼 결국 강사들이 어느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지에 따라 차별대우를 받는 구조적 모순을 갖게 된다”며 보다 적극적인 재정지원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이영 회장 역시 4대보험 중 현재 대부분 제외된 건강보험과 퇴직금이 추가되는 데 대해 “사립대학 재정압박으로 등록금 인상 또는 국가가 부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구조개혁평가나 재정지원사업 평가지표로 ‘강사처우개선 수준’을 반영하겠다는 항목에 대해서도 “대학에 이중고가 예상되므로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플로어 토론 역시 이번 시안에 대해 실망감을 내비치는 강사들과 보다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묻는 대학 관계자로 대비됐다.

강남대 교무팀 관계자는 △1년 중 한 학기만 열리는 강좌의 강사 △수강신청 결과 임용한 강사의 강좌가 폐강 △공개채용시 지원자가 없거나 적격자가 전무 등 세 가지 경우에도 임용계약기간을 1년 미만으로 설정할 수 있을지 질문했다. 이에 남궁근 자문위원장(전 서울과기대 총장)은 추가로 예외조항을 둘 계획은 없으며, 다만 수업을 해야 강의료를 지급하게 되니 예외조항 없이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대 관계자는 국립대에서 강사가 교원지위를 인정받게 되면 신규임용시 강사들을 일일이 신원조회 해야 하는지 설명을 요구하는 한편 강사측과 대학측이 별도로 자유토론을 벌일 수 있는 의견수렴 절차를 둘 것을 제안했다.

정책자문위원인 정일영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국립대 교원 임용시 신원조회 관련해서는 검토하겠다는 답변과 함께 대학현장 추가 의견수렴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답했다.

▲ 공청회에 앞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종합대책 시안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무언 시위를 벌였다.(사진=이연희 기자)

다른 시간강사는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 대학평가지표를 재고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이 지표로 인해 강사가 대량해고 되고, 전임교원은 12~15시간 이상 수업을 하면서 교육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중첩된다는 의견이다. 남궁근 자문위원장은 의견수렴 여지가 있다는 답변으로 갈음했다.

마지막으로 임순광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이번 종합대책 시안이 강사들의 합의를 얻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회에 정부 단일안을 합의안처럼 제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정일영 책임연구원은 “오늘 토론 과정에서 각 단체의 의견들이 제기됐는데 6개월간 정책자문위원회 회의 과정에서도 언급된 것들이다. 오늘 발표안은 우선 시안으로 마련된 것”이라며 “의견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 없이 각 단체 입장만을 고집한다면 강사법 개선안 역시 현장에 적용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지난해 말 겪었던 혼란을 다시 가져오지 않으려면 서로 양보하면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궁근 자문위원장 역시 “의견차가 나타난 부분에 대해 가감 없이 교육부에 올릴 것”이라고 답했다.

자문위원회는 8월 중 한 차례 대학 강사제도 종합대책안 위원회 회의를 열고 종합대책안을 확정한 뒤 교육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를 토대로 종합대책을 확정한 뒤 9월 이후 개정안 발의 등 후속조치를 할 방침이다. 또한 정책자문위원회는 9월까지 대학과 강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등 정책연구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필요할 경우 대책안에 반영하는 것을 위원회 차원에서 검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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