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친자식처럼 가르쳐야”

“일반대는 구조개혁 없이 시장경쟁에 맡기는 게 바람직”

[한국대학신문 양지원 기자]모영기 동원대학 총장은 가히 고등교육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연륜이 깊고 원숙하다. 대학 정문을 들어서면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인 설립자 이동원 박사의 손길이 느껴지는 돔과 기둥 등의 장엄한 건축 양식이 눈길을 끈다.

지난 2011년부터  동원대학을 이끌어 온 모 총장의 테이블에는 맥아더장군의 아들을 위한 기도문이 붙어 있는데, 벽에는 ‘이런 제자를 기르게 해 주소서’로 기도문의 주인공을 학생으로 바꿔 놓았다.

모 총장은 “(이 기도문은)모든 부모들이 반드시 본받아야 할 명문으로 감명 깊다”며 “교육자들이 기도 속 원칙을 지켜나가야 하고 학생들을 이런 방식으로 키워야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동원대학은 이 이념(기도문)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가르치나.
“그렇다. 근본정신과 행동지침은 이 이념과 함께 한다. 학생들이 전문성은 조금 부족해도 정직하고 근면하며 예의바르게 행동한다면 대학은 역할을 다 한 것이라고 본다. 요즘은 기업에서 인성을 주의 깊게 보지 않나. 우리 대학 학생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담배와 술, 약이다. ‘Learn today lead tomorrow’, 오늘을 정복해야 내일을 선도 한다는 이 문구처럼, 찬란한 내일을 선도하기 위해 도전하는 역동적인 인간상을 추구한다. 이는 남을 지배하기 이전에 내 자신이 실력을 먼저 길러야 한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현장밀착형 기술인력 양성에 있어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데 현시점에서 이를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의 구조가 분야와 영역별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4년제 대학도 연구중심대학과 학부중심대학의 역할이 분화돼야 하는데 모든 4년제 대학이 모든 분야를 백화점식으로 교육시키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직업기술교육을 담당하는 이른바 전문대학이 국가인력양성을 기본계획아래 양성되어야 하는데 전체 전문대학의 95%이상이 영세 사학에 의해 운영되는 예는 OECD 국가에서는 볼 수 없다. 효율적인 인력양성의 한계다.”

-교육부 대학실장으로 1990년대 초 대학정책을 총괄했다. 당시 전문대학에 대한 대학실장의 기여가 다소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있는데.
“그런 말을 들어 왔다. 단호히 말할수 있는 것은 4년제 대학은 포항 한동대학 단 하나만 인가했다.(한예종 한국산기대 등 예외는 있다만..) 3년 정도 실장으로 있을 때는 4년제 대학이 142개에 불과해서 우수한 인력이 전문대에 많이 입학했다. 전문대학은 그 후 550 만명의 젊은이들이 꿈이 넘치던 대학이었는데, 교육부를 떠난 이후 4년제 대학이 설립준칙주의로 우후죽순  늘어났다.  잘못된 대학정책이었다.”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 시스템과 같은 모델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 재정상 미국처럼 고등학교 졸업한 학생이 원하면 연간 1000 달러 이하의 등록금만 내면 무제한으로 입학시키는 것은 우리 재정상 당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국의 전문대학은 분명히 복지정책의 차원이다. 미국에서는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은 미국의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긍지이며 사회안전망이다. 원하는 모든 젊은이에게 기술 교육직업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빈부격차를 해소해 가는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보고 있다.”

-미국 커뮤니티 칼리지 출신자중 우수 학생에게는 4년제 연구 중심 대학으로 편입하는 기회가 있는데 미국 기술 직업 대학의 진수라고 생각하는가.
“미국에서 인구나 경제력에 있어서 최선두를 달리는 캘리포니아대학 시스템(UC System)에서는 전문대학을 2년 마친 학생 중에서 톱 10에 속하는 학생들은 UC의 3학년으로 편입할수 있다 우리 대학의 자매대학인 실리콘밸리에 소재한 풋힐칼리지를 졸업한 학생들은 버클리나 UCLA에 언제나 편입학이 가능하다. 국가장학금으로 실리콘밸리의 세계적인 명문 스탠포드 진학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가.
“전문대학 입학을 4년제 대학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가는 시시한 대학으로 보는 일반국민의 인식에 우선 문제가 있다. 대학 학위를 민주시민으로서 성장해 가는 필요한 교육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체면 세우는 사치품정도로 생각하는 풍토가, 학벌중심 의식이 없어져야 하지만 우선 정부의 전문대학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고하여야 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가진 교육적인 장점을 받아들이지 못했나.
“교수들이 먼 장래를 내다보지 않고 자기 안위만 살핀 결과다. 일례로 서울대 교수들은 서울대 학생이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고등교육이 사회에 미치는 엄청난 파급효과와 발전의 원동력을 도외시하고 자신만 중시해서  (이 같은 사태가)발생했다.”

-어떤 학생들이 동원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라는가.
“비교적 사회에서 소외되고 저소득층 자녀들이 진학할 수 있는 학교가 전문대학인데, 이곳에서 그들이 희망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이 학생들을)맡지 않으면 특별한 기술 없이 젊은 시절을 보낼 확률이 높다. 교육을 통해 빈부 소득격차를 서둘러 줄여야 한다. 고등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 소득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을 익히게 해 중산층에 편승할 수 있도록 우리 대학이 그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 미국 커뮤니티 칼리지와 같은 방식으로 말이다.”

-3년간 대전과학기술대학 총장을 역임했다. 동원대학으로 오며 느낀 점은.
“전문대학은 4년제 대학에 못 가는 학생들이 오는 곳이라는 고착화된 편견이 문제다. 공직자로 있을 당시 우수한 학생들이 전문대학에 많이 들어왔다. 현재는 4년제 대학 인원을 늘리니 학벌사회에서 전문대학이 설 곳이 없다. 요즘 이슈인 평생교육단과대학의 경우, 4년제 평생교육원에 전문 학과까지 두는 셈인데, 이는 전문대학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일반대와 전문대학 간 영역이 허물어지지 않았나.
“전문대 명칭은 현재 137개 대학이 원하지 않고 있다. 전문대를 스스로 비하해서가 아니라 일제시대 경성제국대학과 차별하기 위해 연희전문, 보성전문으로 붙여진 명칭을 우리나라가 이제까지 써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산업기술대학 등 명칭으로 바뀌어야 한다. 일본에서 전문학교는 학력인정도 받지 못하는 직업기술학원이다. 전문대를 산업기술대학이라고 명칭만 바꿔도 학생들의 사기가 오를 텐데 왜 전문대학이라는 명칭을 고수하여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또 전문대학이 전문대학으로서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기술을 가르치고 재훈련하며 평생직업교육대학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대전과학기술대학 총장 재임 당시 옆에 배재대가 있었는데, 노인들도 전문대학 내 평생교육원에 오지 않고 배재대로 가더라. 정부가 전문대학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선을 갈라줘야 한다.”

-정책적인 대안이 없을까.
“사립대학을 정부가 인수해 정식으로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국가가 필요한 인력 양성을 하기 때문에 정부가 투자하는 게 맞다. 학부모가 부담하는 전국 전문대학생의 학비 총액은 3조원 정도다.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에 사회, 경제적으로 소외계층의 자녀들이 취학하는 전문대학은 가난의 대물림을 산업기술교육을 통해 단절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일반대의 10분의 1도 안 되는 3000억원을 가지고 나눠주려 경쟁을 시키는 현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의 전문대학육성정책이 단순한 재정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인가.
“전문대학은 4가지 고유한 영역에서 지원해야 한다. 단순한 신기술을 2년 동안 익히면 그 기술의 수명이 얼마나 가나. 기껏해야 5년이다. 전문대학은 기술자에게 재훈련기관으로 지원해야 되고  초급대학의 영역과 평생교육의 영역이 모두 합해져야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 산업체가 노동인력의 재교육기관으로 활용되고 4년제 대학을 갈 수 있는 쥬니어칼리지 구실을 하면서 평생교육기관으로 발전시켜야 진짜 전문대학이 된다.”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데 구조조정 밖에 방법이 없을까.
“경쟁력 없는 대학은 버리고 집중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4년제 대학은 시장경쟁에 맡겨 자연 도태되게 해야 한다. 공공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문기술교육은 국가가 담당해야 한다. OECD 국가의 전문대학들 중 95% 이상을 정부가 지원한다. 사학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설립자에게 일정부분을 보상해 주는 제도를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

-동원대학이 다른 대학과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직업기술교육기관은 공단과 근접한 거리에 있어야 현장 실습과 직결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현실은 도시 내에 있지 않고 동떨어져 있다. 우리 대학이 위치한 경기도 이천 광주는 공장 설립이 불가능해 가구점과 물류 유통단지뿐이다. 2014년 6월 기준 취업률(나 군) 3위를 기록했는데 지하철과 자동차전용도로가 개통되면서 교통이 편리한 대학이 됐다. 또한 융‧복합 인재양성센터 구축을 통해 산학연계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센터는 학생들이 산업 현장에서 뛰어난 별이 되라는 의미로 스타 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학부 간, 학부 내 교육 프로그램, 주문식교육, 캡스톤 디자인 등을 시행하고 있다.”

-동원대학의 미래는 밝은가.
“학생들을 친자식처럼 성실히 가르칠 때 장래가 밝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정직보다 중요한 인성은 없다. 정직하자, 인사성 바른 학생이 되라고 항상 강조한다. 미국은 대학 진학률이 60%가 안 되는데 우리나라는 80% 조금 떨어지는 수준이다. 즉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하려 하는 수치인데 이는 실생활과 연관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뤄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정부는)국가가 배려해야 할 계층에 대해선 생산적인 복지정책으로 생각해줘야 한다. 우리 대학은 20년의 짧은 역사를 가졌지만 직업기술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을 할 것이다.”

<대담= 이인원 회장/ 정리= 양지원 기자/ 사진= 한명섭 기자>

■모영기 총장은…

충남 홍성 출신에 태어나 1967년 명지대 행정과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거쳐 1976년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석사, 1986년 미국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고등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2년부터 교육부에서 비서관, 편수관, 교육기획관, 교직국장, 대학정책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주미대사관 수석교육관, 교육평가원장(차관)으로도 정부에서 일했다. 2009년부터 2년 간 대전과학기술대학 총장으로 재임하다 2011년 동원대학 총장으로 취임해 동원대학의 면모를 바꾸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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