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아닌 협력사 인턴으로…취업연계 ‘오해 사’

기업들 “100% 채용연계는 아니다, 애초부터 오해사지 않았다” 해명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취업에 목마른 청년들을 대상으로 정부와 대기업이 간판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고용부와 관련업체에 따르면 삼성·현대자동차·SK그룹은  최근 인재 선발이 어려운 협력업체에 청년들을 인턴으로 뽑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취업설명회 때에는 협력업체 이름은 전혀 없고 대기업 이름만을 버젓이 걸고 나와 청년들에게 자칫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는 오해를 일으키게 만들고 있다.

‘고용디딤돌’은 대기업이나 우수한 훈련시설을 활용해 유망직종을 중심으로 청년 1만명을 직접 교육시키는 사업이다. 참여기업은 청년에게 ‘직무교육→현장 인턴경험→채용 연계’로 이어지는 일자리 기회를 준다.

고용부 직업능력정책과 이재국 사무관은 “대기업들과 함께 하는 건실한 협력업체인 중견기업들이 많다. 고용디딤돌은 인재들이 협력업체의 니즈에 맞게 채용되도록 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용부의 해명에도 사업 주체로 대기업을 명시해 불필요한 오해를 자초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고용부와 삼성·현대차·SK는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고용디딤돌 전국 설명회를 가졌다. 설명회에서 ‘대기업 채용연계가 되지 않고 협력체 인턴에 선발 된다’는 설명이 나오는 순간 학생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대기업 채용이 아닌 협력사 구인난 해소를 위한 사업으로 기획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는 고용디딤돌 설명회 PPT자료에서 '구인난을 겪고 있는 협력사', '우수인재 확보 어려운 협력사' 등을 추진배경으로 언급했다.

▲ 현대자동차 '고용디딤돌' 설명회 PPT자료 중. 현대차가 배포한 모집공고에 의하면 목적에 대해 '구인 난을 겪고 있는 협력사의 니즈를 돕고' 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처음부터 대기업 채용이 아닌 협력사 구인난 해소를 위한 사업으로 기획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설명회가 끝난 후 A씨(27)씨는 “처음에는 대기업에 바로 취직시켜 주는 사업인 줄 알았는데  설명회를 들어보니 대기업 협력사 인턴 채용과 연계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속은 기분이 든다. 결국에는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취준생들을 집어넣는 것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B씨(26)씨는 “정부가 하는 사업이라 믿고 따라가려 했는데 결국 고용부와 대기업이 짜고 학생들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하고 있다”며 “적어도 참여 협력사 명단이 어디인지 설명회에서 공개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 이노베이션 이승준 인력관리팀 과장은 “SK에 채용되지 않는 것은 맞다. 하지만 홈페이지에 지원자가 협력사를 보고 지원하게 돼있다. 협력사 이름뿐만 아니라 인원 규모 매출도 나와 있다”면서 “일괄로 뽑지 않는 지원자 중심의 시스템이다. 또한 ‘간판 장사’라 말하기에는 청년들을 교육하는 데만 수백억원이 들어간다. 직무교육이 70개나 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청년고용지원센터 윤강원 차장도 “현대차에는 채용이 안 된다. 그러나 현대차 그룹 내 인재개발원의 교육을 정식으로 2개월 받을 수 있다”면서 “협력사에 채용이 되지만 오해가 있을 수 있는 소지가 있다. 협력사도 우수인재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정부와 함께 취준생의 눈높이가 상향평준화 돼있는 것을 낮추기 위한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임상필 경영지원실 인사팀 과장은 “100% 채용연계는 아니다. 애초부터 정부가  홍보할 때부터 ‘직무교육 훈련’을 한다고 홍보를 했으나  설명회를 온 학생들은 그것을 잘 모르거나 취지조차 모르고 온 것 같다”면서 “처음부터 오해를 살만한 표현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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