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인사 검증은 눈 감고… 오락가락 검증이 의혹 부추겨” 지적

[한국대학신문 송보배·정윤희 기자] 지난 21일 서울고등법원 제4행정부(부장판사 지대운)가 한국방송통신대 총장 1순위 후보자 류수노 교수가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임용제청 거부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교육부 손을 들어준 이후, 대학가의 술렁임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방송통신대 비상대책위원회와 경북대 총장후보자 등은 내주 법원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예고하고 있다. 더 이상 정부 눈치만보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국립대 총장 임용 제청 거부 사태에서 논란을 키운 것은 사실 교육부다. 대학가에서 교육부에 대한 신뢰는 이미 크게 추락한 상황이다. 교육부의 임용 제청 거부가 국립대 길들이기 또는 코드 인사 임용을 위한 것이라는 의혹도 커져가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정부는 △한국교통대 △한체대 △공주대 △방송대 △경북대 5개 국립대의 총장 임용 제청을 7회 거부했다. 노무현 정부 1회, 이명박 정부 6회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많다. 여기에 전주교대 총장 임명도 5개월 넘도록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동석 아주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총장 임용제청 사안은 대학의 자율권을 인정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심각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1순위 후보자를 총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관례”라며 “2000년 이후 현재까지 교육부에 의해 임용제청이 거부된 사례 중 반 이상이 박근혜정부 집권 기간에 이뤄졌다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고 밝혔다.

후보자들은 임용 제청 거부 사유도 듣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김사열 경북대 총장임용 후보자의 경우 지난해 말 교육부에 정보공개청구를 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고, 전주교대 역시 5개월 이상 임명이 미뤄지는 이유에 대해 답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사열 교수는 “교육부에 임용 제청 거부 사유를 듣지 못했으니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교육부에서)내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맞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공주대 총장 후보자인 김현규 교수가 제기한 ‘국립대 총장 임용제청 거부 취소 소송’에서도 법원은 “임용제청 거부 처분을 내리면서 근거와 사유를 명시하지 않아 적법한 행정절차를 위반했다”며 김 교수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줄곧 “대법원 판단을 따르겠다”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임용 제청 거부 혹은 연기되는 후보자들은 별다른 사유도 공개되지 않은 반면 일부 총장은 심각한 연구윤리부정 의혹에도 불구하고 임명됐다.

최근 임용된 모 국립대 총장의 경우 40여 편의 논문의 중복게재 의혹과 연구비 부정 수령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6월 연구진실성검증센터는 해당 총장의 논문 8편은 이전 발표 논문과 80% 이상 동일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총장의 40여 편의 논문이 제목과 목차, 내용까지 99% 동일하거나 일부만 변조한 수준의 심각한 자기표절 논문이며, 중복게재 논문을 통해 부정하게 연구비를 수령했다며 지난 9일과 17일 감사원과 교육부를 상대로 각각 진정서와 이의신청서를 제출키도 했다. 총장이 연구비를 수령한 사례 중에는 올 초 한 학회지에 게재된 논문도 포함돼 있다.

한편 해당 총장과 교육부 측은 대학 규정에 따라 최근 5년 논문에 대해 검증을 받았고, 이 대학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검증을 만장일치로 통과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2년 가까이 공석이었던 한국체육대의 총장에 친박계 정치인인 김성조 전 새누리당 의원이 임명된 것도 코드인사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성준후 방송대 비대위원장은 “한체대의 경우 4번 선거 거쳐 추천 끝에 한체대와는 전혀 관계없는 국회의원 임용됐다. (논문표절 등 자격 논란이 있는)총장도 문제없이 임용됐다. 이것은 누가 봐도 속 보이는 일”이라며 “보수적인 동문들도 (방송대 총장 임용 제청 거부는)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란 의견들이 많다”고 전했다.

최근호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상임회장은 “대학의 자율성 침해는 말할 것도 없다”며 “대법원에서 빨리 판결이 나야 한다. 소송을 떠나 공석 사태는 대학 구성원의 동요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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