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국내 취업은 내국인들과는 다른 ‘별개의 영역’

법무부, 비자간소화 현지에 요청… 각국 공관 "현실적으로 어려워"
유학생인증제 지표 중 중도탈락률·기숙사제공률 등 현실과는 괴리

▲ 출처: 교육통계서비스.

[한국대학신문 이우희·차현아·김소연 기자] 정책당국에게 있어 외국인 유학생 정책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난제 중의 난제다. 국내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유학생 유치 확대는 절실한 상황이지만, 무작정 늘릴 수만도 없는 일이다. 유학생의 질을 관리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교육의 질까지 하락시켜 우리 고등교육에 대한 국제적 평가까지 낮추면서 전체가 공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교육부가 내놓은 ‘유학생 유치 확대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정책의 동어반복이라며 거센 비난을 샀다. 감소하는 유학생을 늘릴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빠졌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비자를 완화하면서도 불법체류자 발생률을 줄여야 하고 △유학생을 대폭 확대하면서도 교육의 질을 확보해야 하며 △졸업 후 국내취업을 장려하면서도 심각한 우리나라 청년취업난에 악영향을 주어서도 안된다는 딜레마가 자리한다. 큰 것을 잡기 위해 작은 것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이 절실한 이유다.

■ 줄어드는 외국인 유학생…중국인도 안 온다 = 한국을 찾는 외국인 학생들은 감소추세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11년 8만 9537명으로 정점에 도달한 이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유학생 수는 8만 4891명으로 약 5000명이 줄었다.

대학가에는 2009년 당시 국내 유학생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던 중국인 유학생들이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지로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국내 전체 외국인 유학생 8만4891명 중 중국인 유학생 수는 5만 336명(59.3%)으로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내 학령인구가 2020년까지 약 2000만 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중국인 유학생의 대폭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가 고전하는 데 반해 세계의 유학생 시장은 팽창하고 있다. 전 세계 유학생 수는 1975년 80만 명에서 2000년 210만 명, 2012년 450만 명으로 연평균 7% 가량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유학생중 절반 이상이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호주, 캐나다 등 6개 국가에 몰려있다.

■ 베트남·몽골서는 오고 싶어 난리인데 까다로운 비자발급이 발목 = 우리의 교육영토를 넓히기 위해서 근본적인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 중 까다로운 비자발급 절차가 외국인 유학생들의 한국을 향하는 발걸음을 돌리게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순철 부산외대 교수는 “현재 유학생 유치․관리 역량이 우수한 대학으로 유학을 오는 외국인들의 경우엔 상대적으로 간소화된 비자발급 심사로 전환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별로 차별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거의 모든 유학생들에게 상당히 많은 서류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유학생들은 각종 서류 준비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허비하는 등 매우 비효율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 미국과 유럽, 일본, 대만 등 선진국 출신 유학생들에 비해 동남아시아 및 기타국가 학생들은 기본 6~7개에 달하는 공통 서류 이외에도 가족관계입증서류와 거류증 사본을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중국출신의 경우엔 호구부사본과 친족관계증명, 거류증사본, 부모수입증명서, 부모재직증명서, 자기소개서 등 무려 5~6개의 추가 서류가 필요하다.

한국행을 선호하는 일부 국가의 비자 발급 병목현상도 문제다. 장미란 교육부 교육개발협력팀장은 “최근 베트남과 몽골의 비자 발급이 조금 어렵다고 들었다. 일단 워낙 신청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 국가에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현지 진출이 활발해, 학생들의 우리나라 유학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장 팀장은 “교육부에선 법무부에 공식·비공식적으로 기회가 닿을 때마다 비자 간소화를 요청하고 있으며, 실제 법무부의 입장 자체는 굉장히 전향적”이라며 “다만 개별 영사들이 각 국가에 나가 있고, 일일이 개별 심사를 해야 하는 데 일부 국가에선 신청이 폭주해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 유학생 인증제, 유학생 유치에 약인가 독인가 = 대학들은 교육부의 ‘외국인 유학생유치·관리역량인증제(유학생인증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23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20만 명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인증평가 제도 기준은 까다로워 ‘정책 딜레마’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줄곧 오름세이던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11년 유학생 인증제가 도입된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유학생인증제의 시행으로 유학생의 불법체류 비율이 많이 감소했지만 동시에 유학생 수도 줄어들었다. 특히, 대학들은 인증평가 지표 중 중도탈락률, 기숙사제공률 등이 현실과 맞지 않아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교육부 유학생 인증제는 2015년으로 1주기가 끝나 2주기를 준비 중이다. 교육부는 △중도탈락률 또는 불법체류율 △외국인 유학생 다양성 △재정건전성 △언어능력 △의료보험가입률 △기숙사제공률 등 6개 지표를 바탕으로 외국인 유학생 인증대학과 비자발급 제한 대학을 지정해 평가해왔다.

그러나 6개 평가 지표에 대한 세부적 기준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학생 인증대학이었으나 최근 인증에서 제외된 한 대학 관계자는 “우리대학은 장학금을 많이 줬더니 인증에서 떨어졌다. 학생을 많이 유치하려면 장학금을 줘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재정건전성 지표에서는 나쁜 점수를 받게 된다”면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외국인 유학생이 내는 등록금 대비 한국학생이 내는 등록금을 비교하는 재정건전성 지표는 학교에서 외국인 유학생에게 장학금을 과도하게 줄 경우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 쉽게 말해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수입이 한국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과 비교해 60% 미만일 경우 기준에 미달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 국립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산업적 측면에서만 본다.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을 한국으로 데려와 교육시키는 관점이 아닌 ‘돈벌이’가 되느냐로 따진다”고 비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올해 초 고등교육 정책 중 과도한 규제로 대학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86개 규제 내용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이 중에는 외국인 유학생 인증평가제도에 대한 개선 의견도 포함됐다. 규제개혁 요청내용 중에는 △토픽 4급 자격 유효기간 △불법체류율 △중도탈락률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외국인 유학생의 의사에 따라 휴학이나 미등록을 하게 될 경우 유학생 비자를 소지할 수 없게 된다. 이럴 경우 본국으로 출국을 해야 하지만 대학들은 학생이 해당 대학학생 신분도 아니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출국을 강요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외국인 유학생 규모가 적은 대학일수록 불법체류율, 중도탈락율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모 대학 국제처 관계자는 “지금도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면서 “유학생이 얼마 없는 학교의 경우에는 몇 명만 문제가 생겨도 바로 불법체류율이 높아진다”고 토로했다.

조남욱 서울과기대 국제교류본부장은 “몇몇 지표는 너무 엄격하고 또 어떤 지표는 느슨하다”면서 “지표마다 인증대학을 선정하는 기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과다경쟁과 무분별한 유학생 유치를 막으려는 의도는 알지만 지표에 따른 형평성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따라 교육부도 개별 대학들의 의견을 수렴해 인증제도 평가 지표 개선을 준비 중이다. 유학생 인증제도를 담당하고 있는 대학평가과 황소정 사무관은 “오는 7월말이나 8월 초에 공문을 통해 2주기 외국인 유학생 인증제도 세부 개선지표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간 간담회를 여러 차례 개최해 대학들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이어 황 사무관은 “이번 발표에는 대교협에서 보낸 규제개혁 관련 요청 내용도 포함되는 개선안을 내놓을 것이다. 또 대학원대학 관련 세부 평가 기준도 발표할 예정이다. 무분별하게 외국인 학생을 유치해 고등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면서도 현실에 맞는 기준을 제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 외국인 유학생 국내취업, “제로섬 아닌 별개의 영역” = 우리나라 외국인 유학생 고용 지원 정책은 이제야 싹을 틔우는 단계다. 또한 제조업 등 일부 분야에 국한된 고용지원 정책이라는 점도 한계다. 반면, 독일과 일본 등은 외국인 유학생들의 취업은 물론 정착까지 지원하는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지난 8월 외국인 유학생들의 뿌리기업 취업을 연계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뿌리기업의 경우 외국인 인력이 짧은 고용기간과 잦은 이직으로 유출되는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산업통상자원부는 법무부와 함께 국내 대학을 통한 뿌리산업 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장기적인 근무가 가능하도록 비자발급도 돕겠다는 정책을 마련한 것이다.

또한 조선이공대학과 계명문화대학, 조선대 등을 뿌리산업 외국인 기술인력 양성대학으로 지난해 10월 선정했다. 올해부터 이 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뿌리산업 전공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인력과 양율승 사무관은 “뿌리산업은 아직 국내 인력이 선호하지 않는 환경이다. 외국 인력을 활용하려고 해도 비자문제로 최대 4년 10개월만 일하고 귀국해야 한다. 이번 사업을 통해 법무부와 협의해 한국에서 일하기 위해 발급받아야 하는 E-7비자를 발급해주고 장기간 숙련인력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정부 차원의 정책은 미흡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한국의 외국인 유학생과 내국인 청년 간 취업 경쟁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청년고용기획과 담당자는 “국내의 청년 취업도 어려운 현실이라 우리 쪽에서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많이 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의 고용시장과 내국인 청년 고용시장은 별개의 영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유학생은 국내 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때 현지 시장 개척을 위한 인재로 영입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며 현지에서 겪을 의사소통 상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문화차이를 극복하게 해주는 일종의 ‘다리’역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을 필요로 하는 고용시장이 아예 별개로 형성된 셈이다.

코트라(KOTRA) 글로벌 취업팀 김은주 과장은 “외국인 유학생들은 자국 언어와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인재다. 내국인 청년 인력들과 다른 고용형태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유학생 유치전에서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한국의 교육영토를 넓히기 위해서는 보다 섬세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이기정 한양대 국제협력처장은 “아직 한국에서의 취업문은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매우 좁은 것이 현실이다.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사안”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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