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식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KUSF 한지영 학생기자] 고려대 심리학과에는 '심리학과의 아이언맨'이라 불리는 교수가 있다. '아이언맨'이란 단순히 별칭이 아니라 국제철인3종경기 '아이언맨' 코스를 완주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정식 명칭이다. 철인3종경기 중에서도 가장 힘들다는 아이언맨 코스는 인간의 한계를 몇 번이나 뛰어넘어야 하는 숨 막히는 과정이다. 이 극한의 아이언맨 코스를 두 번이나 완주한 이가 바로 고려대 심리학과에서 행동신경과학 분야를 연구하는 최준식 교수다.

- 미국 유학 중 시작한 달리기

"처음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노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러다 199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앰허스트라는 시골로 유학을 갔더니 놀 일이 없었다. 영어를 못해서 미국인들과 어울려 놀기도 그랬다. 그런데 미국애들을 봤더니 그 친구들이 뛰고 있었다. '왜 뛰나' 싶었다.(웃음) 대학에 들어갈 때 체력장 800m를 뛰는 것도 힘들어서 죽을 뻔했는데 달리는 미국애들을 보니 저게 뭔가 싶어서 한 번 뛰어 봤다. 역시나 죽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학교 근처에서 3km 정도 뛰고 집에 돌아왔는데 이상하게 한 번 더 뛰고 싶었다. 또 대학원 동기 중에서 독일에서 온 친구가 있었는데 내게 같이 뛰자고 하더라. 함께 뛰다가 힘들어서 멈추니까 화를 냈다. 오기로 뛰다 보니 나중에는 재미있고 안 뛰면 오히려 몸이 이상하더라. 시골이라 사실 운동밖에 할 일이 없기도 했다."

- 성취감이 뛰어난 운동 ‘철인3종경기’

"운동하다 보니 자꾸 욕심이 생겼다. 처음에는 5km가 목표, 나중에는 10km. 그러다 친구가 하프 마라톤을 해보자고 해서 완주해 보니 성취감이 엄청나더라. 이후에는 풀코스를 뛰었다. 그렇게 마라톤에 재미를 붙였다. 그러다 친구가 3종경기가 더 재미있다며 철인3종경기로 옮겨가더라. 트라이애슬론(Triathlon)이라는 것은 거리에 따라 종목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제일 짧은 것은 '스프린트(Sprint)'다. 수영 1km, 자전거 20~30km, 오래달리기 5~10km를 뛰는 것이고, 올림픽 종목이 된 '올림픽 디스턴스(Olympic Distance)'는 수영 1.5km, 자전거 40km, 달리기 10km다. 처음에는 스프린트 디스턴스로 시작해서 올림픽 디스턴스를 했다. 그러다 죽기 전에 '아이언맨(Ironman) 코스'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언맨은 수영 3.9km, 자전거 180km, 마라톤 42.195km다. 이것을 17시간 안에 완주하면 '아이언맨'이라는 타이틀을 준다. 중간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면서 아이언맨 코스도 틈틈이 준비해 2003년 뉴욕에서 열린 아이언맨 USA를 12시간 39분으로 완주했다."

"마라톤 같은 극도의 지구력과 인내를 요구하는 운동은 골인할 때 기분이 참 좋다. 과정이 괴로울수록 결과는 짜릿한 법이다. 아이언맨 경기는 아침 7시에 시작한다. 17시간이 주어진 시간이니까 밤 12시가 컷오프다. 아이언맨 결승 지점에 통과할 때는 아나운서가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불러준다. "넘버00 준식 최, 프롬 코리아! 유 알 언 아이언맨!" 화려한 맛이 있다. 한국에 와서는 바빠서 아이언맨 코스 준비를 도저히 못하겠더라. 그래도 너무 하고 싶어서 2007년 마흔 살이 된 기념으로 도전했다. 제주도에서 14시간 몇 분 만에 완주했다. 쉰 살이 되면 또 한 번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는데 그때 가봐야 알 것 같다. 아이언맨 경기는 전 세계 여섯 개 대륙에 다 있으니 사정이 허락된다면 2017년에는 유럽에서 하고 싶다."

- 운동은 끝나지 않는 도전, 지속적인 과제

"어떤 사람은 '그냥 체육관에서 성실하게 하면 되지. 뭘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대단한 시합에 나가고 그러냐'고 말한다. 그 말도 맞다. 자기 본업에 충실함이 먼저고 틈날 때 운동하는 게 다음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시합을 마음에 두면 덜 게을러지는 거 같다. 주위에서는 내가 '아이언맨'이라고 하는데 내가 몸 망가지면 되겠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래서 잠을 덜 자고 운동하고 그런다. 보통 봄부터 가을까지는 주로 자전거를 많이 타고 겨울에는 화정체육관에서 운동한다. 주중에도 일주일에 한 번은 자전거로 학교까지 출퇴근 하려고 한다. 소속된 자전거 클럽에서 1년에 한 번 '그란폰도(Granfondo)'라는 대회를 주최한다. 강원도의 산들을 자전거로 하루만에 넘는다. 유럽의 자전거 레이스 개념인데, 투르 드 프랑스(le Tour de France)처럼 스피드 경주 개념이 아닌 완주에 의의를 둔다."

- 가족과 일과 운동사이,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

"집에서는 반대가 심하다. 아무래도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드니까. 뒤늦게 둘째 아이가 생겨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이다. 그래서 토요일 오전에만 자전거를 탄다. 새벽 6시부터 12시까지. 가족과 일과 운동 사이를 줄타기하는 일이 정말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내게는 운동이 삶의 활력을 주는 것 같다.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지만 학교 일에도 스트레스가 있다. 나는 자전거를 타면 스트레스가 많이 해소되더라.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는 이유도 겸사겸사 운동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기분이 정말 좋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곱 시 반, 여덟 시 쯤 한강 강변도로를 자전거를 타고 밀리는 차들 곁을 획획 지나칠 때면 기분이 참 좋다. 6월부터는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려고 한다."

- 학생들, 함께 운동해 보자

"'아이언맨'은 해 볼 만하다. 여학생들도 준비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젊었을 때야 여자들이 험한 운동을 안 하는데 결혼하고 애도 좀 키워놓고 그러면, 뭔가 그 때 되면 사람들마다 성향이 나오는 것 같아. 그 중에 운동 좋아하는 여자 분들은 남자들보다 더 열심히 한다. 개인적으로 요즘 대학생들이 예전보다는 운동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선진화의 지표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다들 몸짱이 되었으면 좋겠다. 만약 고려대에 사이클부가 생기면 지도교수를 해보고 싶다."

- 운동이란 치료하고 위로하는 사랑하는 친구

"내게는 운동이 단순히 몸을 튼튼하게 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일종의 테라피(therapy)다. 심리치료, 스스로 치료하는 것이다. 운동이란 내게 종교와 같다. 또 운동은 내가 교수로서 일하고 학자로서 연구하는 데에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물론 꼭 운동일 필요는 없지만 삶에 활력을 주고 삶에서 생긴 나쁜 에너지를 상쇄시킬 수 있는 그런 게 하나 쯤 있으면 좋지 않을까. 몸과 마음과 영혼이 다 소생할 수 있는 활동이 운동이라 생각한다. 또 운동은 혼자 하는 것보다는 같이 하는 것이 더 좋다. 단순히 심장과 근육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아지고, 운동이 주는 성취감 때문에 영성도 고양된다. 새벽에 힘들게 100km 운동하고 산에 올라가서 주변에 경치를 볼 때 종교적 체험과 같은 경이로움을 느낀다. 어떤 운동이든 몸과 마음과 영혼에 영양을 공급하는 것 같다."

- 교수로서 바라본 우리나라 대학의 스포츠 환경

"우리나라 대학의 스포츠 환경은 너무 열악하다. 미국에 있을 때 수영을 많이 했는데 박사 후 과정을 했던 뉴욕대에도 좋은 수영장이 있었고 학생들은 한 달에 5만원 정도만 내면 이용이 가능했다.그렇지만 우리나라에는 고려대 같은 곳에도 수영장이 없고 체육관도 멀다. 학생들의 문화에도 스포츠가 덜 침투해 있는 거 같고 개선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은 학생들에게 어릴 적부터 운동을 많이 시킨다. 젊을 때는 몰랐는데 나이가 드니 머리가 좋은 것보다 체력이 좋은 게 성공의 비결이더라. 우리나라는 여태껏 운동에 관한 문화나 생활 패턴이 없었는데 갑자기 대학생 때 운동하라고 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 생활체육의 확대, 선진화된 사회로의 길

"서울이라는 도시는 인간의 활동 욕구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가 된 것 같다. 운동하기가 편한 도시가 아니다. 아이들이 뛰어놀 장소도 마땅찮다. 결국 생활체육이 없는 것이 문제다. 보통 체육은 특정 소수의 사람들이 하는 엘리트 체육이라고 생각하지 일상생활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생활체육이 자리 잡는다는 것은 사람들의 삶이 선진화된다는 것이다. 먹고 사는 것 외에 예술, 체육 등의 활동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가 선진화될수록 대한민국에서도 이러한 생활체육의 문화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 믿는다. '진정한 철인은 관광철인이다'라는 말이 있다.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생활 속에서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이 최후의 승자라는 것이다.(웃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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