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논의 곳곳서 지자체간 갈등으로 비화

2010년 들어 캠퍼스 이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캠퍼스를 이전하고자 하는 대학들의 목적은 다양하다. 부족한 공간이나 학생을 확보하는 한편 일부 학문·연구 분야 특성화까지, 각 대학의 중장기적 비전, 전략과도 맞물린다. 결국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탈출구로 해석된다.

그러나 대학과 지역의 관계가 불가분(不可分)인 만큼 캠퍼스 이전엔 뿌리 내린 지역과 가지를 뻗는 지역경제, 부동산 경기, 정부의 정책적 지원, 대학의 재정상황까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이 과정에서 이전계획이 백지화 되거나 주춤하기도 하고, 지역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진퇴양난에 빠지는 대학이 사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본지는 최근 캠퍼스를 이전했거나 이전을 추진 중인 대학의 현황을 살펴보고 현안과 배경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지역경제 효자 빼앗길라 지자체들 ‘강력 반발’ 

[한국대학신문 이우희·정윤희·송보배·차현아 기자] 대학들의 생존경쟁과 정부의 수도권 난개발이 맞물리면서 본격화한 대학캠퍼스 이전이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대학캠퍼스를 지키려는 지자체와 빼앗으려는 지자체의 신경전이 지역감정에 기반한 비난과 호소를 넘어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당사자인 대학은 오히려 뒤로 빠지고 지자체끼리 대리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4.29 재보궐선거전이 한창인 일부 지역에서는 대학 캠퍼스 이전 논란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 중앙대 지방캠퍼스 두고 3개 지자체가 줄다리기 = 중앙대의 제2캠퍼스를 둘러싼 지자체간 갈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2008년 하남캠퍼스 건립이 좌초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던 ‘중앙대 쟁탈전’은 인천 검단캠퍼스 계획이 등장하면서 최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중앙대의 캠퍼스 이전 추진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앙대와 하남시가 ‘중앙대 하남 글로벌 캠퍼스 설립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면서부터다. 미군이 남겨두고 떠난 ‘콜번캠프’를 활용하겠다는 방안이었다. 당시 박범훈 총장은 서울캠퍼스의 공간 문제와 안성캠퍼스의 교통 불편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하남캠퍼스를 내세웠고, 이듬해 두산그룹이 중앙대 법인에 참여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안성 시민들은 들썩였다. 중앙대가 기존의 안성캠퍼스를 매각한다는 소식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중앙대 안성캠퍼스이전반대 대책위원회’가 구성됐고 거센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들은 특히 1981년 안성캠퍼스 건립 당시 안성시가 중앙대에 적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배신감에 들끓었다.

하남캠퍼스 건립은 2013년 결국 좌초됐다. 2008년 당시 국토해양부(現 국토교통부)가 ‘다른 지역과의 갈등을 초래하는 지역’에 한해 그린벨트 해제 구역에서 제외한 조항이 결정적이었다. 하남캠퍼스 부지의 개발이 사실상 불가 판정을 받은 셈이다. 하남이 수도권정비계획법 상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여있어 대학 이전이 쉽지않다는 점도 걸림돌이었다.

최근 갈등은 인천으로 번졌다. 중앙대가 안성-하남 간 지역갈등을 우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인천 검단캠퍼스 건립계획을 들고 나온 것이다. 중앙대와 인천시는 ‘검단 신캠퍼스 건립에 관한 양해각서’(2010년)에 이어 기본협약서(2012년)를 체결한 상태다.

4.29 재보궐 선거는 중앙대 캠퍼스 갈등을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후보로 나서면서 검단신도시 개발을 공약으로 들고 나섰다. 검단신도시 개발에는 중앙대 캠퍼스 유치가 포함된다. 그러나 중앙대 검단캠퍼스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지지부진하다. 인천도시공사 측은 부동산 경기 악화로 중앙대 수익용지 개발사업에 투자할 기업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처음 계획과 달리 의과대학과 대학병원만 이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검단신도시 개발이 인천시 재정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 세명대 유치나선 하남시의 ‘도발’에 제천시 ‘부글부글’ = 세명대 이전을 둘러싸고 제천시와 하남시의 신경전도 한창이다. 최근 하남시는 세명대 이전을 기정사실화 하며 ‘굳히기’에 들어갔으며, 제천시는 이를 막으려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제천에 위치한 세명대는 현재 경기도 하남에 제2캠퍼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교범 하남시장은 지난 2월 세명대에 대한 적극적인 유치 의사를 표명하며 “지하철 5호선 연장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제천시는 들끓었다. 주민들은 하남시장 발언 직후 “세명대 하남가면 제천시장도 같이 가라”며 이근규 제천시장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시내에 내걸었다.

제천시는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범국민토론회를 개최하며 반격에 나섰다. 이날 토론회에는 제천, 금산, 영주 시민 1000여 명이 참여했다. 이근규 제천시장이 직접 사회를 맡은 가운데 1000여 명의 주민들을 동원, 국회를 점거키도 했다. 국회 압박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근규 시장은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을 막는 개정안이 통과하지 않는다면 단식투쟁을 하든 삭발투쟁을 하든 헌법소원을 내든 반드시 이전을 막을 것”이라며 세명대의 하남시 이전을 그대로 두지는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했다.

이근규 시장은 하남시를 방문, 하남시 측에 “어차피 안 될 일에 쓸데없이 돈을 쓰지 말라”고 발언한 사실도 이날 알렸다.

지역 정치권도 힘겨루기에 뛰어들었다. 최근 범국민토론회에 참가한 충남지역의 국회의원과 지자체장들은 “수도권 지역 의원들이 표를 얻기 위해 아주 잘못된 법(주한미군공여구역및주변지역 지원특별법)을 만들었는데 반드시 막겠다”며 특별법을 제정한 수도권 지역 의원들을 비난키도 했다.

지방대 이전을 둘러싼 지자체간 갈등이 지역구 정치인들의 입법전쟁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 금산군, “중부대 고양캠퍼스 이전은 수도권의 지역대학 강탈” = 지난달 경기 고양캠퍼스를 개교한 중부대를 둘러싼 지자체간 갈등도 표면화됐다. 충남 금산에 본교가 있는 중부대는 논란 끝에 이번 학기부터 일부학과를 고양캠퍼스로 이전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중부대 고양캠퍼스는 22개 학과의 올해 신입생 865명을 시작으로 연차적으로 최종 3600여명의 편제정원을 채워나간다는 방침이다. 전체대학이 아닌 일부 이전이지만 중부대 본교가 위치한 금산 주민들은 공분하는 분위기다.

2013년 9월 ‘이전반대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중부대 인근 주민들은 버스까지 대절해 당시 고양캠퍼스 기공식까지 달려가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였다. 대학관계자를 비롯해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최성 고양시장,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 400여 명이 참석한 기공식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고양캠퍼스가 수도권의 캠퍼스를 강탈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당시 윤종우 중부대 이전반대비상대책위원장은 “수도권에서 인구 5만명인 금산지역 대학을 빼앗는 것은 도의에 어긋난다”며 “지역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역구 의원도 캠퍼스 이전반대에 가세했다. 금산군이 지역구인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난 19대 총선 당시 ‘중부대 고양캠퍼스 이전 반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인제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의 중부대는 지역주민들과 상생해 발전해 온 것”이라며 “중부대가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이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 재보궐선거 관악을 여당 후보자 1호공약은 ‘시흥캠퍼스 저지’ = 4·29 보궐선거에서도 대학캠퍼스 이전 이슈는 핵심 쟁점이다. 서울 관악을에서 여론조사 1위를 달라고 있는 새누리당 오신환 예비후보의 첫번째 공약이 서울대 시흥캠퍼스 저지다.

오 예비후보자는 선거홍보물에서 "몸을 던져 서울대 시흥캠퍼스 이전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서울대 시흥캠퍼스 이전이란 땅을 팔아서 민간 아파트를 짓고 그 수익금으로 대학 캠퍼스를 조성해서 서울대의 교육·의료부분을 시흥시로 이전하겠다는 것"이라며 "말이 좋아서 지역개발이지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에 공공재산을 투입하고 서울대를 동원하는 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오 예비후보자는 "이 황당한 사업이 현실화 된다면 관악구 지역경제는 치명적인 위기를 맞게 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실 관악구의 반발은 시흥캠퍼스의 논의 단계에서부터 있어왔다. 이에 대해 시흥시는 서울대 시흥캠퍼스가 오히려 관악구에도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김윤식 시흥시장은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관악구의 반대에 대해 "임대수익이 줄고, 상권이 침체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를 하고 계신데,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일"이라며 "시흥캠퍼스를 구축함으로써 서울대의 전체적인 브랜드 파워와 총량적 성장이 이뤄지기 때문에 그 혜택은 관악구 주민들에게도 돌아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시장은 "이런 사안을 갈등관계로 볼 것이 아니고 앞으로 서울대와 관악구, 시흥시 3자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면 충분히 상생방안을 도출해낼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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