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년교수·비정규직 증가 등 지출 줄이려 교육여건 후퇴 우려

[부산=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교육부가 입학정원 감축을 목표로 진행하는 대학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사립대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2023년 대학당 약 185억원 수입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대학당 평균교비수입 1119억원의 16.6%가 10년후 사라지는 것이다. 수입이 감소한 대학들이 교육환경투자를 위축시키고 교직원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여 교육부 정책이 대학교육의 질적 하락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23일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가 사립대 143곳을 교육부 5등급 대학구조조정 평가방식에 따라 시뮬레이션한 결과 교육부의 5등급 대학구조조정이 이뤄지면 10년후에 사립대 143곳의 교비수입 총액은 15조 2189억원까지 줄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2013년 18조 2401억원에 비해 약 3조 212억원이 감소한 금액이다. 대학당 185억원의 수입이 감소한다. 입학정원 감축에 따라 사립대 학부등록금과 입시수수료 수입이 현재보다 약 35% 준다.

감소폭은 광역시 소재 대학들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됐다. 비수도권 광역시 소재 대학은 2013년 1081억원이던 대학당 교비수입이 2023년에는 882억원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199억원이 줄어든다. 감소율은 18.4%에 이른다. 이는 전국 사립대학 평균치를 2%포인트 웃돈다. 대학당 교비수입감소율은 지방 광역시 소재 대학이 가장 크고 △지방 비광역시 소재 대학(17.5%) △수도권 경인 소재 대학(17.3%)의 순이었다.

같은 기간 동안 서울 소재 대학은 가장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권 대학들의 2013년 교비수입은 1820억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고, 수입이 감소한 2023년에도 155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대학당 수입감소분은 262억원으로 가장 많았지만 감소율은 14.4%에 그쳐 다른 지역 대학들에 비해 영향이 가장 적었다.

이는 서울 소재 사립대학들의 등록금이 가장 비쌈에도 입학정원 감축률이 지방 사립대학보다 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교연은 시뮬레이션 결과 서울지역 사립대의 입학정원 감축률은 28.2%(1만 8608명)인 반면 지방대학의 감축률은 38.2%(6만 302명)로 10%포인트 가량 낮을 것으로 예측했다.

학생수 감소에 따른 교비지출 감소를 감안하면 실제 교비수입감소액수는 85억원 가량으로 줄어든다. 과도한 자산적 지출과 적립금 등 예산 낭비 요인을 포함하면 수입감소분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교육여건 후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수입감소율이 큰 지방대는 교육의 질 하락과 직결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3일 부산 동의대서 열린 사립대학교교수회연합회(사교련) 신년포럼에 참가한 대교연 이수연 연구원은 “시뮬레이션 결과 교육부 평가 A등급을 획득한 13개 사립대 중 법인부담금과 수익용 기본재산을 법정기준만큼 확보한 대학은 절반에 그쳤다. 이 같은 대학을 최우수대학으로 보는 평가가 어떻게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수입감소를 메우기 위한 재정압박을 견디지 못한 대학은 우선가장 큰 지출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줄일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대학가에서는 이른바 비정년트랙 교수와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면서 인건비 절감에 나서고 있다. 대다수 대학에서 전임교원 채용이 더뎌지고 있고 비정규직 직원채용이 늘고 있다. 교육부가 강의전담교원 등 비정년트랙 교원을 대학평가에서 전임교원으로 포함한 것이 대학가의 비정규직 교수채용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도권 소재 모 대학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도 했다. 일부 대학원 교학처 등 단순사무부서를 중심으로 파견직 고용이 활성화되는 등 대학직원도 빠르게 비정규직으로 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연구원은 “정부의 대책 없이 소모적 경쟁에 내몰린 대학은 교직원을 대량해고하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143개 사립대학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대학들의 등급이 소수점 차로 갈렸다. 대교연이 지난해 대학정보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143개 대학을 교육부의 1단계 정량평가 지표(42점)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 △A등급 13곳 △B등급 17곳 △C등급 75곳 △D·E등급 38곳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A등급에 대해서는 자율적인 정원감축을 용인하고 B등급 이하부터는 강제적인 정원감축에 나선다. 특히 D·E등급은 최대 퇴출까지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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