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기성회비 법안 '인하 가능성'…사립대는 '한계에 봉착, 인상하게 해달라'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대학들이 내년도 예산을 짜면서 한숨만 내쉬고 있다. 각종 재정지원사업에 따라 모집정원이 줄고, 등록금 인상 역시 법정 상한율이나 가능성이 제한돼 내년부터 재정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립대의 경우 기성회비 관련 법안이 등록금 인하와 맞바꾸게 될 것인지 ‘빅딜’의 변수도 기다리고 있다.

등록금 상한제에 따라 매년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는 최대비율은 직전 3개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 평균에 1.5배한 수치로 정해져 있다. 올해의 경우 3.75%가 법정 상한율이었으나, 내년에는 최대 2.5%를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물론 올해에도 대학들이 법정 상한율 만큼 인상하지는 못했다. 대학들의 자구노력에 따라 국가에서 장학금을 매칭하는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비롯해 대학 특성화 사업, 국립대학혁신사업 등 ‘등록금 부담 완화 노력’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성화 사업의 경우 연차평가와 중간점검을 통해 지원액 삭감이나 사업단 탈락 등을 예고해 더욱 대학들을 옭아매고 있다.

지방대의 경우는 더 큰 재정압박에 직면했다. 대부분 대학들이 특성화 사업을 준비하면서 자체적으로 향후 3년간 대학 정원을 10% 감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수도권 대학은 평균 3.8%, 지방대는 그 두 배를 뛰어넘는 8.4%의 정원을 줄이기로 했다. 특성화사업 예산을 지원받더라도 사업비 특성상 항목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실제 대학 살림살이에는 보탬이 되기 어렵다는 말이다. 반면 소위 ‘SKY’라 부르는 최상위권 대학들은 모집정원도 줄이지 않아 재정타격은 받지 않을 전망이다.

■국립대 기성회비, 등록금 인하로 ‘빅딜’?=국립대 총장들은 최근 국회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고 있다. 여전히 기성회비 문제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올해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재정회계법)’ 통과를 전제로 국립대 기성회비 액수인 1조3000억여원의 예산을 수업료 세입으로 전환해 2015학년도 교육부 예산에 포함했다. 내년도 예산안에 국립대학실험실습시설 안전환경 구축 예산으로 1500억원을 배정했고, 국회 예결위는 106억원을 증액했다. 교육부와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상황의 시급성과 함께 이 예산 증액을 근거로 국회에 재정회계법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설득해왔다.

그러나 야당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적어도 이로 인해 내년도에 학생 학부모들이 부담해야 할 등록금 부담이 완화돼야만 재정회계법 처리를 고려해볼 수 있다는 말이다.

한 교문위 야당 의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목적이 분명한 교육부 실험실습시설 안전환경 구축비 1500억원 증액안은 기성회비 예산과 엮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하며 “야당에서도 대체법안을 발의했지만, 대학구성원 처우의 심각성과 대학생들의 부담 모두 중요한 문제이다. 야당에서는 수업료로 전환된 기성회비 세입예산이 10% 이상, 즉 1300억원가량 줄어든다면 재정회계법 통과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즉 여당의 법안과 등록금 인하를 맞바꾸는 ‘빅딜’ 가능성이 나온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이를 고려해 국립대 총장들이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해주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국립대들은 시큰둥하다. 당장 내년도 대법원 판결의 파장은 막을 수 있지만 국립대의 재정상황은 되려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국립대 기획처장은 “‘안전환경 보완’이라는 목적이 있고, 실질적으로 국립대에서 경상비 절감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는 알아봐야 한다”며 “국립대들이 거의 10년간 등록금을 인상하지 못했는데 이를 이유로 등록금을 줄이고 모집정원도 줄이면 재정적으로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지방사립대 “우리 인상하게 해 주세요”=지방사립대에서는 재정상태가 한계에 달했다며 이제는 동결이 아니라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값 등록금 여론 이후 상당수 대학들이 등록금 부담 완화에 기여하느라 재정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인 부구욱 영산대 총장은 “이미 한계 상황에 와 더 이상 등록금 동결하게 되면 부도나는 대학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때이다. 대학들의 실질적인 등록금 인상을 인정하든지 재정악화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등록금 상한제에 대해서도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사립대 재정분야 관계자는 “등록금 인하동결로 사립대학, 특히 중소규모 대학들이 힘든 건 말로 다 못한다”며 “인하동결을 위한 긴축재정을 하는 수준을 넘어 교직원 임금동결, 지연 지급 사태도 일부 발생하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린다”고 밝혔다.

경북지역 한 사립대 관계자는 내년부터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맞물리며 △법인 해산 요건 △사학법인의 수익사업 규제 완화 △교비 적립금 △사학연금 부담 논란이 다시 떠오르는 것은 물론 사학분쟁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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