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근 플라톤아카데미 책임연구교수(연세대 신학)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대학이 인문학을 외면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취업준비생에게 기업은 인문학을 익히라고 하지만 정작 대학에서 인문학은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김상근 플라톤아카데미 책임연구교수(연세대 신학)는 대학과 사회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대학과 사회의 연결은 매우 중요합니다. 대학의 문을 열어서 학자들의 성찰을 대중에게 연결하는 것이죠. 인문학은 반드시 공공재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공재는 대중과 공유해야 하는 것이구요. 르네상스시대 이뤄진 시민 인문학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때입니다.”

플라톤아카데미는 지난 9월 16일부터 이달 18일까지 매주 화요일 고려대에서 ‘인문학 아고라’ 행사를 열었다. 대학교수들을 비롯한 석학들을 초빙해 대중에게 강연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마지막 행사도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40대 이상의 일반인들도 많았다.

“행사 장소는 의도적으로 대학으로 고릅니다. 대학과 사회를 연결 짓는 것이 목표니까요. 보통 행사를 하면 40대에서 60대 분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자기 성찰을 할 나이죠. 소득이 늘어나면서 이대로 가는 것이 맞는지 자신을 돌아보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도 인문학적 성찰을 할 때가 됐습니다.”

사회에서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계속 높아지는데도 대학에서는 왜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계속 나오는것일까. 김 교수는 인문학의 정의부터 다시 내려야한다고 주장한다.

“기업에서 인문학 인재를 뽑는다는 것은 문사철을 잘하는 사람을 뽑는다는 것이 아닙니다. 인문학은 대학이 아니라 현장에서 탄생했습니다. 오히려 대학에 반대해서 생긴 것이죠. 중세 대학에서 너무 현학적인 공부만 시키니까 학자들을 초빙해 과외를 했던 것이 인문학의 시초입니다. 철저하게 실천적이었죠.”

대학에서의 인문학 교육도 잘못됐다고 언급했다. 자유시민의 학문이자 자율적인 학문이 인문학인데 대학에서는 전문지식 전달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 구운몽이 만들어진 시대의 발음을 아는 것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인문학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김 교수는 대학의 전체적인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커리큘럼 자체가 바뀌어야합니다. 인문학은 모든 학생이 다 해야 하는 학문입니다. 문사철은 전문지식이죠. 전문학자 양성과 인문학은 구분돼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대학 전체를 바꾸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교수들이 먼저 대중에게 다가서라는 의미로 이런 기획을 계속하는 것이고요.”

김 교수는 대학교수들에게 연구 성과와 성찰을 세상과 나누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저희 재단은 인문학을 지원하는 재단입니다. 방송국도 갖췄지요. 유투브 채널을 통해 몇 만 명씩 영상을 봅니다. 교수님들께서는 연구실에만 계시지 말고 언제든지 연락을 해주십시오. 세상을 위해서 공헌하시고 시민들과 자신의 생각을 나누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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