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누구도 과학을 지휘(direct)할 수 없습니다.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과제가 아닌 탁월한(excellent) 사람에게 지원을 해야 합니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서울대 초빙석좌교수로 자주 한국을 찾는 아론 시카노버(Aaron Ciechanover)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 교수는 한국의 장점과 모순을 훤히 꿰뚫고 있다. 세계 최고수준의 고도 산업국가이면서 수많은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을 보유했지만, 정작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는 없는 나라.

그는 한국의 기술 수준과 인구규모를 생각하면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10명은 나왔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웃 일본은 어느새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만 19명에 달하고, 인구 780만명에 불과한 이스라엘도 10명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시카노버 교수는 '호기심이 억눌린 문화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오늘 한국 초청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해 한 시간 동안이나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10여명의 한국 기자들은 단 하나의 질문도 하지 않더군요. 결국 질문한 사람은 사회자였습니다. 호기심을 갖고 권위에 도전하는 사회를 우선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그는 한국사회의 문제점은 바로 호기심을 억누르고, 질문을 하지 않고, 권위에 대한 도전을 꺼리는 문화라고 지목했다.  호기심을 자극하고 장려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린 학생들을 교육할 때,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호기심에 가득차서 도서관을 뒤지고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온갖 상상과 고민을 하도록, 온 사방을 다 돌아다니도록 만들어야 하는 거지요.”

우리나라의 연구지원 시스템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누구도 과학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알지 못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만약 암을 치료하는 신약 개발에만 지원(fund)하면, 결코 단 한개(zero) 신약도 개발하지 못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대신 인류의 발전을 위해 연구하는 과학(Good science)에 지원한다면 언젠가는 암 치료 신약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고의 과학자에게 예산을 지원해줘야 합니다. 또한 매년 신예 과학자들을 선정해 과학계에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합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영입해, 그들에게 신뢰감(credit)을 만들어줘야죠. 금전적 지원을 하고 일단 그들을 (그들이 할 일을 하도록)그냥 놔둬야 합니다. 적어도 한 5년간은  그들이 무엇을 이루는가 지켜봐야 합니다.”

좋은 과학자가 되기 위한 덕목으로 그는 우선 호기심이 꼽았다. 그리고 과학에 대한 애정과 열정, 디테일에 대한 관심(attention),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perseverance)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디테일에 대한 흥미와 집념을 강조했다.

“디테일에 대한 관심은 매우 중요합니다. 절대 디테일을 건너뛰어선 안됩니다. 모든 디테일이 중요합니다. '신은 디테일 속에 존재한다(The God is in the details.)'라는 명언이 있습니다. 모든 사진은 각각의 픽셀로 만들어 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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