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 학칙 개정시 '평의원회' 의견수렴 절차 명시… 실제론 무시돼

[한국대학신문 신나리 기자]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절차를 따르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대학들이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사립대의 학과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학칙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사립학교법에 따라 평의회를 소집해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이사회 승인을 받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고 있어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다"는 지적이다. 구성원들과 대학간 갈등의 골을 깊게 패이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3일 대학관계자들은 일부 대학이 원칙과 절차를 따르지 않고 밀실에서 결정한 학과구조조정을 밀어부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폐과를 결정하면서 평의회를 열지 않거나 폐과 기준에 대해 학내 구성원에게 알리지 도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원 감축안에 따라 학과구조조정을 하며 평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거나 받는다 해도 교육부에 보고하는 시점 하루 전에 심의의뢰를 요청하는 학교도 있다.

사립학교법 26조는 대학평의원회를 대학의 발전계획, 학칙개정, 교육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라고 명시했다. 대학헌장의 제·개정과 교육과정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자문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설명이다. 학과 구조조정은 학칙개정과 교육에 관한 중요사항에 해당하는 만큼 구조조정에 결정전에 사립학교법에 명시된 대학평의원회의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의무다.
 
모든 학과가 10명을 줄이는 학과 구조조정에 들어간 지방의 한 사립대는 이와 관련한 학칙을 개정하며 교수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아 도마위에 올랐다. 학과의 인원 감축이 학과 정원 대비 비율이 아닌 일정 수를 줄이기로 하면서 정원이 적은 학과는 감축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비율에 따른 감축을 주장하는 구성원들이 있음에도 대학은 의견을 모으려는 노력 대신 일방적으로 일정 수를 감축하는 방식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학생 정원을 줄이는 것은 학칙개정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학칙개정은 교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전혀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교수를 총장과 처장실에 불러 통보하고 마는 식으로 학과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고등교육법과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이해당사자에게 의견을 피력할 기회를 주고 학과마다 10명을 줄인다고 하면 그 이유를 묻고 정보공개를 요청할 수 있는데 전혀 그럴 수 없는 구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의 모 사립대 역시 폐과와 학과 모집중지를 진행하며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이 대학은 폐과를 해당 학과 교수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해 문제가 됐다. 폐과의 기준도 마련하지 않았고 대학평의원회 역시 열지 않았다. 또 폐과를 이유로 해당 학과 교수를 면직했다. 이 교수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이의제기를 했고 위원회에서는 교수를 복직시키라는 결정을 내렸다.
 
해당 교수는 대학의 학과 구조조정에 원칙과 절차는 전혀 없었다. 폐과는 학교 안에서 총장이나 보직교수가 일방적으로 정할 일이 아니다. 폐과의 원칙을 세우고 대학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고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에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안을 제출하기 이틀 전 대학평의원회에 심의를 의뢰해 비난을 샀다. 지역 모 사립대는 학과 정원감축안에 대해 교육부에 보고하기 이틀 전 대학평의원회에 심의의뢰했다. 평의원회가 구조조정안에 대해 의견을 내기에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이 대학 평의원회에 속해 있는 한 교수는 이를 두고 대학이 평의원회를 요식적’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학칙 개정이나 구조조정을 하려면 평의원회 절차를 거쳐야 하니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식이다. 이미 다 짜 놓은 안에 어떤 의견도 더할 수 없이 만들어 놓고 심의를 의뢰한다연말에 다른 중요한 안건과 학과 구조조정과 관련한 학칙개정을 묶어 한번에 처리해달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사학문제해결연구회 회장이기도 한 한국대학학회 회장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영문과)는 "학과 구조조정 등 학칙 개정은 대학평의원회와 이사회 최종 확인 등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사립학교법은 사립학교법이라는 법령을 따라야 한다. 사립학교법상에 학칙 개정절차는 발의를 하고 교무위원회를 통과하면 입법을 예고하게 돼 있다. 이어 구성원에게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대학평의원회 심의를 거치고 이사회 최종 확정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박순준 동의대 교수협의회 회장은 대학평의회는 의결기구가 아닌 심의기구라는 한계가 있다. 결국 얼마든지 대학이 평의회를 무력화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심의 자문기구라는 한계를 넘어서 대학평의원회가 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고 대학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에 제동을 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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