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별 주력 분야 저마다 뚜렷

고착화된 서열 구도 없이 상생 통한 위상 강화

[한국대학신문 양지원 기자]마치 희뿌연 안개 속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다. 방향의 갈피를 좀처럼 잡지 못하는 형국, 전문대학이 여러모로 위기다. 4년제의 전문대학 학과 모방, 폴리텍의 영역 확장, 선진화된 시대 흐름과 역행하는 전문대학에 대한 여전한 사회적 편견 등, 전문대학들이 헤쳐 나가야 할 난제들은 첩첩산중이다. 다행히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전문대학 육성 정책이 힘을 얻고 있다. 그동안의 홀대가 조금은 개선될 여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올해 교육부에서 발표한 특성화 사업과 세계로 프로젝트는 전문대학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예년과 비교해 달라졌다는 사실을 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이 5년 장기 사업들에 선정된 대학들은 선구자적 역할을 통해 향후 이 기회를 확대 추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내야 할 의무가 있다.

바로 여기서 대구·경북 전문대학의 위상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올해부터 5년간 약 1조5000억 원의 정부 예산이 투자되는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에 대구·경북 대표 5개 대학인 계명문화대학교·구미대학교·대구보건대학교·영남이공대학교·영진전문대학 모두가 선정, 77개 선정대학들의 연평균 지원금인 32억 원을 훨씬 웃도는 국고를 배분받았다.

특히 영진전문대학(Ⅱ유형 복합분야특성화)과 대구보건대학교(Ⅰ유형 단일분야 특성화)는 이중 최고 지원액인 50억 원의 지원액을 나란히 받아 눈길을 끈다. 뿐만 아니라 예능 분야에 특화된 계명문화대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4개교는 14개 사업단으로 구성된 세계로 프로젝트대상 대학에도 중복으로 선정되며 정부재정 지원 정책 대상자 리스트를 휩쓸었다.

이 같은 성과는 각 대학 특색에 맞춘 대학별 주력 분야를 개척한 탓이다. 계열에 따라 실업계로 분류되는 계명문화대학교는 전국의 전문대학들이 갈 수 없는 인문·예체능 특성화 사업을 단독으로 추진하며 문화창조산업을 선도할 인재 양성에 매진한다. 갈 길이 전혀 다르다. 반면, 구미대학교·영남이공대학교·영진전문대학은 공업계에 포함된다.

구미대학교의 경우, 각종 산업체가 밀집해 있는 구미에 위치한 유일한 전문대학인 만큼 지역 특성을 적극 활용해 ‘5년 연속 취업률 1위’를 기록, ‘취업에 강한 대학’ 타이틀을 대학 브랜드로 삼게 됐다.

1970년대에는 기계·섬유, 80년대에 들어서는 자동차관련학과에 주력해 교육 방향을 제시해 온 영남이공대학교는 앞으로 5년 간 공학·자연을 강점 분야로 삼아 특성화 시키는데 몰두하고 있다. 영진전문대학은 주문식 교육 프로그램을 최초로 만들어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90년대 초 사무자동화 학과를 시작으로 IT 및 컴퓨터 계열을 발전시켜 왔으며 이번 정부 사업 예산을 가지고 공학·인문을 중심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대구보건대학교는 1970년대 초 임상병리, 방사선, 치기공, 치위생, 물리치료 등의 학과를 지역 최초로 개설한데 이어 80년대 들어선 안경과학과를 국내 최초 신설했다. 2010년 초에는 부설병원 및 통합보건교육 프로그램을 전국 최초로 만들어내며 보건·의료 계열에 입지를 굳혔다.

이렇게 대구·경북지역 전문대학들은 각각의 산업수요에 따른 학과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꾸준히 발전시켜 오면서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골고루 나눠 갖게 됐다.

대구·경북 전문대학들을 우수하게 만든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대학 간 고착화된 서열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동일한 출발선 상에서 경쟁 구도를 조성해 대구·경북지역 위상 강화에 큰 역할을 해 주었다.

이미 언급 했듯 지난 8월 교육부가 발표한 2014년 전국 대학 취업률을 보면, 구미대학교가 가 그룹(졸업생 2000명 이상)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졸업생 3000명 이상으로 구성된 그룹이 존재한다면 영진전문대학이 단연 전국 1위다. 즉, 공시된 지표에 따른 순위일 뿐, 대구·경북지역 전문대학들 사이의 등수매기기는 의미가 없다.

산업 발달에 따른 사회 분위기 역시 이들 대학 간 순위 역전을 빈번하게 만들었다. 공업전문대학이 대세이던 80~90년대에는 영진전문대학·영남이공대학교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2000년대에 들어서며 보건대학이 공업대학과 더불어 급부상했다. 대구보건대학교가 새롭게 추가·편성된 것이다.

이렇게 올라간 대구·경북지역 전문대학의 위상이 대학 간 경쟁력을 더욱 높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최근 대구·경북지역 전문대학에 국내 모든 대학들의 시선이 쏠리게 된 사건이 하나 있었다. 지난달 대구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영진전문대학을 깜짝 방문한 것이다. “모범적인 직업교육을 하는 대학으로 알고 있어 꼭 와 보고 싶었다”고 말한 박 대통령은 그 많은 4년제 대학들을 마다하고 이 대학을 찾아 “기업 맞춤 교육 시스템을 다른 대학에도 널리 알려달라”고 특별 당부까지 했다. 이는 인근 대학들은 물론 전국의 대학들에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1960년 후반 전문대학 탄생 이후 50여 년간 ‘전문대학의 도시’로 불린 대구·경북 지역 전문대학들 간의 ‘윈-윈 전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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