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보통 사람들은 물리학이라고 하면 퀴리부인이나 아인슈타인 같은 학자들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무언가 복잡하고 남들이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것이 물리학의 전부는 아니다. 사회현상을 물리학적 시각으로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통계물리학)도 그런 연구자 중 한 명이다. 2007년 B형남자 신드롬을 연구해 혈액형과 성격이 무관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며 화제가 되었던 논문도 김 교수의 작품이다.

“통계물리는 많은 입자들의 물리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리학은 크게 이론과 실험으로 나뉘고 이론은 입자물리와 통계물리로 나뉘죠. 이 세상의 모든 물체는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것은 결국 통계물리학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물이 수증기가 되는 현상에는 굉장히 많은 분자들이 상호작용을 하고 있고 그것을 연구한다고 보면 됩니다. 얼마 전 서울시가 공개한 지하철 이용 패턴도 통계물리학에서 연구할 수 있는 종류 중 하나죠.”

화제가 되었던 혈액형 논문에 대해 물었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결론은 전반부였고 후반부에서는 각 나라마다 다른 혈액형 분포를 분석해 어떤 국가가 혈액형 측면에서 다른 국가와 가까운 관계인지를 밝혔던 연구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중국 베이징, 일본은 러시아와 가까운 관계라는 게 연구결과다. 사실 이런 논문이 물리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보통 사람들은 생각하기 힘들다. 하지만 김 교수는 물리학적 방법론으로 접근했을 때 또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커피숍의 수가 인구밀도와 비례하는지를 알아봤어요. 초등학교도 비교해봤지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커피숍은 돈과 관련이 있고 초등학교는 사람과 관련이 있습니다. 요즘 사회에 의료민영화 등 공공기관 민영화 시도가 많은데요. 수익과 상관없이 사람에게 필요한 기관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김 교수의 논문에는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프로야구 구단이 원정경기를 다닐 때 발생하는 이동거리 격차를 최소화할 경기 일정 수립 방법’이라는 논문도 월드컵 당시 다시 사람들 사이에 회자됐던 논문이다. 최근에는 10개 집안의 족보를 구해서 그 집안에 시집온 사람들의 성과 이름의 변화를 분석하기도 했다.

“제가 하는 연구의 3분의 2는 설명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영역입니다. 제가 그냥 괴짜라는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통계물리의 시각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사회현상들도 부지기수죠. 다만 작은 부분이라도 다르게 바라보려는 시도를 하는 것입니다.”

김 교수의 연구실에는 다양한 책들이 꽂혀있다. 전공과 관련된 책들도 많지만 인문학 서적들도 상당하다. 애드거 앨런 포의 ‘우울과 몽상’,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심지어는 한국사검정시험 문제집까지.

“일단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죠. 과학책들도 재미있게 읽고 다른 분야들도 재미있게 읽습니다. 연구를 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것을 찾아내기도 하고 사고의 폭도 넓어지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연구실에 오면 해야 할 것들이 많아져서 아침에 동네 도서관에 들러 1시간 정도씩 책이나 논문들을 보고 옵니다.”

지난해와 올해 성균관대에서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열었던 과학강좌 '물리야 놀자, 중고생 창의과학 상상터'에 참가, 강연을 하는 등 청소년과 함께하는 특강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세상과의 소통이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황당하게 일어날 일들이 많아요. 그것들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하는 것이죠. 과학이라는 내용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사고를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웠으면 합니다. 얼마 전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과학자도 시집을 읽느냐고. 과학책 읽는 시인에게 왜 읽느냐고 묻나요? 세상은 알면 알수록 더 잘 보이고 더 아름다워 보이잖아요.”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