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교육전문가 “등록금 정책에 대학만 고사 … 교부금법 통해 교육투자 확대가 중요"

11일 황 장관 라디오 방송서 “명목등록금도 인하” 발언
대학가 “국가장학금 실패 고등교육교부금으로 전환돼야”

[한국대학신문 대학팀] 황우여(67) 신임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의 등록금 인식이 대학가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1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황 장관은 정부재정지출을 확대해 대학의 명목등록금 자체를 내리는 데 투입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현행 국가장학금 체계를 완성한 뒤 보다 재정투입을 강화해 대학생의 등록금 부담 자체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대학가의 표정은 엇갈렸다. 그러나 국가가 나서서 고등교육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총장과 대학들은 황 장관이 현실을 모른다며 난색을 표했다. 앞뒤 재지 않은 성급한 발언이란 성토도 나왔다. 국가장학금 정책이 대학의 등록금 인상을 막는 억제책으로 쓰이면서 대학재정이 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1유형과 2유형으로 나뉘어 운영되는 국가장학금은 대학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원인으로 작동한다. 특히 2유형은 대학이 마련한 장학금 규모만큼 국가가 보조하기 때문에 대학으로서는 매년 장학금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 이를 지속할 경우 대학의 재정파탄에 이를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된 상태다. 대학들은 황 장관의 명목등록금 인하 역시 이와 같은 방식의 ‘재정분담’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부산지역 한 국립대 총장은 “국가장학금은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며 “국가가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비 절감에만 신경 쓰는 동안 대학에서는 대학교육을 발전시킬 재원을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가장학금 2유형 등 대학의 자구노력과 자체 장학금 확충을 요구하면서 교육지원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 총장은 또 “사립대도 수도권 사립대와 지역 사립대의 등록금 격차가 현격하고 국립대와 사립대간 격차도 크다. 어떤 기준으로 명목등록금을 줄일 것인가. 형평성 문제가 당장 대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등록금 문제의 해결을 대학에만 전가시켜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잇달았다. 이동석 인제대 기획처장은 “대학교육비가 비싸다는 것은 등록금을 포함해 생활비와 주거비를 비롯해 교재비 등 교육부대비용의 부담을 종합적으로 일컫는 것이다. 단순히 등록금이 높다는 문제로 국한시킬 수 없고, 이는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다”고 말했다.

반면 교육전문가들은 대체로 황 장관의 발언을 환영했다. 2010년 반값등록금을 사회 의제화 했던 참여연대가 대표적이다. 안진걸 반값등록금운동본부 본부장은 “국가의 발전 동량인 대학생 대다수가 절대적인 등록금 액수에 허덕이고 있다. 이들의 삶을 등록금 부담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 국가발전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당장 저소득층을 위한 성적기준 완화 등 보완책을 시급히 시행해 국가장학금이라도 정상화시키는 방향이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는 “명목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국가장학금은 보조적인 장치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지출을 늘리는 게 결국 중요하다. 대학에 고등교육교부금을 지원한다면 등록금 인하도 충분히 유도할 수 있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반 교수는 현재 지속되고 있는 국가장학금과 대학구조개혁 정책이 대학가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도 국가의 재정지원 확대를 해법으로 내놨다. 송 교수는 “지금의 국가장학금은 대학이 학부모에게 받을 돈을 국가로부터 받는 것에 불과하다. 대학의 재정규모는 5년 전과 달라지지 않았고, 교육프로그램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내국세 혹은 교육세 등 재원확보를 통해 대학의 재정을 지원해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고 교육투자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고등교육 정부지출을 OECD 수준인 1.1%까지 올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에서 지원하는 지원액을 끌어와 1%를 달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산방식을 바꿔서 1%를 채우는 것은 허위”라고 지적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은 현재 사업별로 지원액이 책정되는 대학재정지원사업과 달리 정부가 대학의 교육예산을 보조하는 방식이다. 현재 초중고 등 각급 학교는 지방교육청을 통해 중앙정부로부터 교부금을 지원받고 있지만 대학은 법적 근거가 없어 교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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