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 기성회비 문제 가장 시급

“대학구조개혁법은 ‘학교 팔아먹기’ 조장…폐기해야”
“시간강사들의 낮은 수입, 지식인에 대한 모독”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국가 최고 통치권자라면 국가경영에서 고등교육이 차지하는 위치와 중요성을 통감해야죠. 교육에 대해 제대로 된 시각을 갖춘 참모가 대통령 곁에 없다는 건 불행한 일이라고 봐요. 사실 김대중 정부때도 교육분야의 제대로 된 참모가 없었어요. 내가 그 기능을 했어야 했는데 죄송할 따름이죠.”

15, 16대 국회에서 교육위에 소속돼 교육위원장을 맡았던 설훈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부천 원미을)이 지난 6월 23일 19대 국회 후반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1년간 상임위원장을 맡게 됐다. 지난 2005년 사학 개방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사학법 개정에 힘을 쏟았던 바 있어 교육계와 대학가의 관심이 높다.

설 의원은 법안보다 청문회 일정부터 마주했다. 김명수 교육부장관 겸 부총리 후보자는 지난 9일 청문회를 거쳐 낙마했다. 이번에는 설 의원이 지난 2005년 일궜던 사학법 개정을 재개정으로 뒤집었던 주역 황우여 후보자를 청문회에서 마주하게 됐다.

지난 14일 설훈 신임 교문위원장을 직접 만나 시급한 고등교육 현안에 대한 그의 입장과 위원장으로서의  고등교육 관련입법계획을 들어봤다. 설 위원장은 각종 상임위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대학구조개혁, 기성회비 문제, 시간강사법 등 고등교육 현안에 대해 날카롭게 벼리고 있었다.

▲ 설훈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신임 위원장
-후반기 상임위가 구성되자마자 장관후보자 청문회로 바빴을 것 같다.
“바쁜 정도가 아니라 죽어나고 있다. 청문회 과정 지켜본 분들 다 아시겠지만, 상식이 있는 분이라면 적임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아실 거다. 청와대 시스템의 결정적인 실패다. 한국대학신문에서 ‘김명수 사태’라고 규정했는데 맞다. 학계에서는 김 전 후보자가 교수사회에 망신을 줬다는 생각에 참으로 부끄러워했을 것이다. 교육수장에 부총리도 겸하게 돼 있다면 국민들이 존경하고 따를 수 있어야 한다. 되려 조롱거리가 됐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새로운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황우여 전 교육위원장이 내정됐다.
“황우여 교육부장관 후보자와는 16대 국회에서 교육위원회 간사활동을 같이 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좋은 인성을 가지셨고 도덕적 흠결이 거의 없는 분이라고 봐도 된다. 교육부장관으로 내정되면서부터 많은 논란들이 제기되고 있다. 대체적으로 ‘돌려막기용, 보수성향이 강한 정무형 장관, 교육현안과 종교적 편향성이 심각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황 후보자가 예전부터 사학재단에 지나치게 우호적인 행보를 보여왔고, ‘국가가 국정, 공인하는 한 가지 역사(교과서)로 국민을 육성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밝히는 등 지나치게 보수편향적인 철학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보다는 정치적 행보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커, 과연 우리나라의 교육 전반을 새롭게 설계하고 이끌어나갈 인물로 적합할 것인지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후보자께서는 ‘현장중심으로 갈등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셨다. 후보자 발언처럼 부총리로서, 교육부장관으로서 중립적인 자세로 냉철한 판단을 통한 사회통합을 이뤄내실 수 있는 분인지는 청문회를 거쳐 자연스레 검증이 될 것이라고 본다.”

-15, 16대 국회에서도 8년간 내리 교육관련 상임위원회에 몸담았다.
“‘교육이 바로 서면 다른 분야도 바로 선다’는 신념으로 15, 16대 교육위원을 자처했고, 그 믿음을 아직도 갖고 있다. ‘우리 사회의 발전 원동력이 어디 있느냐’ 답을 찾아보면 바로 ‘교육열’이다. ‘내 모든 것을 희생해 자식 교육에 힘쓰겠다’는 그 교육열이 지금의 경제성장, 민주주의 발전을 있게 했다. 그렇다면 21세기 무한경쟁 속의 위기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 답 역시 교육이다. 세계 수준의 국가 경쟁력을 길러 살아남으려면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 강화가 최선인데, 위정자들은 이에 대한 비전도 진척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교육위로 오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고등교육 분야에 산적한 문제들이 많은데, 가장 시급한 현안이 뭐라고 보나.
“국공립대 기성회비 관련 입법이다. 기성회비 반환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 결과가 어떻든 빨리 정리해줘야 한다. 국공립대 기성회비로 운영해오던 빈 공간은, 또 기성회 직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고 재정회계법과 같이 기성회비를 단순 등록금에 포함해 해결할 것인가. 말이 안 된다. 유은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발의한 국립대학법을 택해야 한다고 본다. 국가가 대학재정과 관련해서 책임을 지고, 총 교육예산을 늘려 투입해야 한다. 국공립대 재정회계에 대한 마인드가 전반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 평가로 사립대가 초토화 수준이다.
“물리적으로 16만 명의 학령인구가 줄어드니 대비 차원의 조정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교육부가 구상하고 있듯 정부가 무소불위의 힘을 갖고 마음대로 대학을 평가하고 없애는 방식, 그건 아니다. 교육부가 평가 주체가, 구조조정 주체가 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객관적인 기준을 갖고 공정하게 실시해야 한다. 제3의 위치에 독립적으로 평가위원회를 두고 가장 공정하게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지, 교육부장관이 마음대로 좌지우지 한다면 공정성이 결여될 가능성이 높고, 그 폐해 역시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미 교육부가 막강한 권한을 손에 넣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선 안 된다. 구조개혁 평가는 교육현장에 있는 전문가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 물론 일부 교육부 관계자는 필요에 따라 들어올 수 있지만, ‘감 놔라 배 놔라’ 식으로 하면 제대로 된 구조개혁이 안 된다고 본다. 적어도 객관성과 공정성은 보장해줘야 할 것 아닌가. 교육부의 간섭을 최소화 하는 장치를 우선 만들어야 한다. 구조개혁의 목적 역시 정원감축보다는 질과 양을 동시에 생각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대학 자율적으로, 또 강제적으로 교묘하게 결합되는 형태가 돼야 한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발의된 대학구조개혁법의 쟁점이 부실사학에 퇴로를 열어주자는 부분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부실사학은 만세를 외칠 거다. 지금까지도 계속 모르핀(아편의 주성분으로 진통제로 쓰임)을 놓아가며 연명시켜왔다. 내 생각에는 부실사학들이 ‘떼돈’ 벌 수 있는 장치를, 학교를 팔아먹듯 하는 행위를 법이 보장하면 안 된다. 다만 설립 당시 조건과 비교했을 때, 수익용 기본재산의 지가나 시세가 올라가 생기는 차익이나 이자는 되돌려줄 수도 있다. 교육용 기본재산은 당연히 예외고 말이다. 원칙적으로는 대학을 설립한 후 부실사학들은 대학 운영에 실패했으니 책임을 지고 포기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또 ‘사학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여론도 있으니 조정이 필요하다.”

-야당에서 대학구조개혁법을 대체입법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김희정 의원의 법률안은 폐기하고 다시 (대체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정하기엔 손 댈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부실사학의 퇴출문제도 이 법에서 다룰 수 있다. ”

-2년 유예된 시간강사법이 대학가에 큰 혼란을 줬다.
“우선은 양쪽으로 갈라진 두 (시간강사) 단체들의 상황을 지켜보겠다. 시간강사법은 그 동안 시행 유보돼야 한다. 당장 필요한 것은 시간강사들의 강의 시급을 올려줄 재원 확보다. 외국유학까지 하고 온 이들이 한 달 평균 약 115만원을 받더라. 말이 되는 소리냐. 지식인에 대한 모독이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지식인을 소홀히 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시간당 비용을 늘려 최소 4인 가족이 살아갈 수 있도록 상향 조정 돼야 한다. 계약기간도 최소 2년 이상씩 연장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 재정당국이 큰 선에서 대학재정을 투여해야 한다.”

-고등교육 예산이 GDP 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의 절반에 불과하다.
“고등교육재정을 늘리겠다는 대통령 의지가 중요하다. 국가 최고 통치권자는 국가경영에서 교육이 차지하는 위치와 중요성을 통감해야 한다. 물론 모든 분야를 다 섭렵하기는 어려우니 참모가 필요하고, 교육 분야에 제대로 된 참모가 없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역대 대통령 중 내가 가장 존경했던 故 김대중 전 대통령조차도 교육재정 확대에 대한 열정은 적었다. 몇 차례 말씀 드렸는데도 반영되지 않아 안타깝더라. ‘교육이 꿈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교육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더 설득했어야 하는데 참모진의 능력 부족 그리고 내 잘못이었다.”

-후반기 1년만 교문위원장직을 맡고 이후에는 박주선 의원이 맡기로 했는데.
“처음부터 딱 1년만 교문위원장을 맡기를 원했다. 15, 16대 교육위에서 아쉬웠던 부분도 많고, 개인적으로 계획 중인 미래를 위해 교육문제를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가 먼저 위원장직을 맡을 것이냐에 대한 논쟁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박 의원이 나이가 나보다 많기 때문에 전례에 따라 먼저 수행하는 것으로 돼있었다. 그런데 당이 통합 출범하면서 박 의원이 새로 입당했고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교문위가 너무 많은 분야를 다루다보니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19대 후반기 상임위를 구성할 때 교문위를 교육위와 문체위로 가르자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처음엔 여야 합의가 이뤄질 것 같더니 결국 잘 안 됐다. 나는 전부터 교문위가 효율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한 사람 중 하나다. 나는 교육에, 박주선 의원은 문화 쪽에 관심과 목표가 있으니 1년간은 교육에 더 중점을 두고 보완해야 할 것이다.”

▲ 설훈 교문위원장이 14일 인터뷰 중 박성태 본지 발행인과 환담하고 있다.

<대담=박성태 본지 발행인, 정리=이연희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설훈 교문위원장은…
15‧16‧19대 국회 3선 의원. 1953년 경남 창원 출생. 마산고를 졸업하고 고려대 사학과에 입학했으나 유신반대 시위로 제적됐다가 재입학해 2000년 졸업했다. 긴급조치 9호 위반,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모두 5년간 옥고를 치렀다. 1985년 故 김대중 당시 총재 비서 및 보좌관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했으며,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16대 국회까지 8년간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사학법 개정에 주력했다. 2004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해 17대 총선에 불출마했으며 지난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내년 6월까지 1년간 후반기 교문위원장을 맡게 됐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