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시행에 면세 기준 없어 계약 연기 속출

대학들 “명확한 기준 필요” “면세 유지해야” 주장

[한국대학신문 민현희·신나리 기자] 기획재정부가 올해부터 갑작스럽게 대학 산학협력단이 수행하는 연구용역에 10%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이로 인해 연구용역 계약이 지체되고 용역발주처, 교수, 실무 직원 간 마찰이 끊이지 않는 등 대학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현재 대학들은 부가가치세 부과 예외 조항에 대한 명확한 기준 제시, 부가가치세 면세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연구용역 계약 어쩌나” 업무 마비 =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호남지역 한 대학은 이번 학기 들어 발생한 연구용역 계약을 대부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없었던 부가가치세를 내게 된 용역발주처들이 반발하는 것은 물론 학내 교수들조차 부가가치세 부과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학은 올해 초 부가가치세 면세로 진행한 용역계약들이 있어 재계약을 실시해야 할지 혼란에 빠져있다.

서울 한 대학 역시 현재 모든 연구용역 계약을 최대한 미루고 있다. 이 대학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올해 들어 갑작스럽게 부가가치세 부과 방침이 내려오면서 대학 현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며 “우리 대학의 경우 연구용역 계약을 전혀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대학들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있지만 타 대학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처럼 대학들이 부가가치세 부과에 혼란을 느끼는 이유는 제도가 갑작스럽게 시행된 데다 ‘새로운 학술 또는 기술 개발을 위해 수행하는 새로운 이론·방법·공법 또는 공식 등에 관한 연구용역’은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으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면세 대상에 대한 정의가 애매하고 추상적임에도 대학들이 면세 대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은 현재로서는 없다.

강원지역 한 대학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부가가치세 부과 방침이 정해졌고 용역발주처, 교수, 직원 각자가 면세 대상에 대해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의사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당장 일은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다”고 난감해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가가치세를 둘러싼 용역발주처, 교수, 직원 간 마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충청지역 한 대학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면세 대상으로 판단해 계약을 진행했다 추후 국세청이나 기획재정부에서 면세 대상이 아니라고 볼 경우 부가가치세를 다시 부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되도록 모든 계약은 과세로 진행하려 하고 있다”고 정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교수들 중에는 자신의 연구용역에 부가가치세가 부과돼야 한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용역발주처들도 ‘왜 갑자기 부가가치세를 내야 하냐’ ‘우리는 면세 대상이다’라며 버티기 일쑤”라며 “부가가치세를 놓고 교수, 용역발주처와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과세·면세 대상 가이드라인 필요” = 이에 따라 대학들은 공동으로 기획재정부 등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과세·면세 대상 가이드라인 제시, 부가가치세 부과 연기나 면세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대학교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협의회는 현재 준비 중인 의견서에 “과세 대상 연구개발과제의 부가가치세 매출세액에 대한 공통적인 처리 지침을 마련해 달라”는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이 협의회의 김영진 회장(경희대 국제캠퍼스 산학협력단장)은 “현재 연구개발비는 직접비와 간접비로만 구분돼 있고 과세 대상 연구용역에 대해서는 명확한 집행 지침이 없어 주관연구기관과 위탁·공동연구기관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지침 부재에 따른 마찰이 지속되고 협약이 지연되고 있다”고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전국거점국립대학교산학협력단장협의회 역시 지난달 교육부에 건의문을 제출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백장선 협의회장(전남대 산학협력단장)은 “산학협력단은 대학의 학술연구와 기술개발을 제공하는 학술연구단체로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이 돼야 한다”며 “산학협력단이 수행하는 연구용역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 적용을 장기적으로 연장하거나 면세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학들의 요구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회의적인 입장이어서 부가가치세 부과로 인한 대학들의 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부가가치세과 이석원 사무관은 “다른 연구기관도 이미 연구용역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 없다”며 “해석이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 과거 기획재정부나 국세청의 질의응답 등을 참고하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31일자로 대학 산학협력단이 제공하는 연구용역에 대해 부가가치세가 면세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조항(제45조 2호)의 일몰기한이 도래했다. 이 조항은 그동안 통상적으로 일몰기한이 연장돼 왔기 때문에 대학들은 물론 교육부까지도 이번에도 연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세수 확보, 민간 연구기관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지난해 12월 말 갑작스럽게 교육부에 일몰기한 연장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보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만료 당일인 지난해 12월 31일 전국 대학에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조항의 일몰기한이 도래했다는 안내 공문을 발송해 대학가는 혼란에 빠진 상태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